사람을 싸안을 온기
사람의 온기로부터의 단절은 죽음이다
‘이놈 아아야, 니 정말 그래서는 안 된다? 그놈의 독기 좀 뽑아부리야만 무슨 일을 해도 할 긴데, 참말로 니 그래서 못씬다아. 기운만 가지고 일하는 거 아니고 사람을 싸안을 온기라는기이 있어야제.’
토지 2부3권 216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기운만 가지고 일하는 거 아니고, 사람을 싸안을 온기가 있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알 수 있다. 힘이 세다고, 능력이 있다고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을 싸안을 수 있는 온기 같은 어떤 힘이 필요하다.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앉는데 거실로 기어드는 가을 햇살이 참 따스하다. 여름내 분주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기분이 들고, 마치 그 햇살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서로를 싸안아 주는 그런 온기라는 것이 있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햇빛이 있어야 살 수 있듯이 사람과 사람 간에도 서로가 전해주는 그런 따스한 온기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오래도록 내 마음에 온기로 남아있는 기억들이 있다.
어린 시절 여름날 저녁에 할머니는 내가 잠들 때까지 부채질을 해주거나 등을 긁어주었다. ‘자장자장’이나 ‘착하지. 이쁘지.’같은 말을 하면서...
사춘기가 되어서는 엄마가 마법이 걸려 배가 아픈 나를 보고 안쓰러워하면서 아랫배를 손으로 가만가만 쓸어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에 기억하는 그런 온기를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갓난아기를 보고 웃어 주면 그 아기가 천사 같은 미소를 나에게 날린다. 그 아기도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그러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그런 온기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독거노인’ 또는 ‘독거 청년’ ‘고독사’ ‘외로움’ 등의 많은 사회문제가 사람과 사람 간에 주고받아야 할 그런 온기의 결핍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사람의 온기로 부터의 단절은 어쩌면 죽음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세상은 지식으로 사는게 아니라 지혜로 살아가야 하듯이, 사람살이는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싸안을 수 있는 온기로 살아가야 한다.
톨스토이가 그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사는가>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바로 그런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주고받는 온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