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울었다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
“아무튼지 간에 앞으로 그 집안일을 알아낼라 카믄 지가 그 집에 들어가 있는 기이 젤 상책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그거는 얼마든지 해줄 사람 있다. 너가 걱정 안해도, 그뿐만 아니라 이 일이 잘되면 너 아니라도 저절로 남이 원수를 갚아주게 되는 거고.”
공노인과 석이의 고집은 꼭 같이 맞서서 물러설 줄 모른다. 결국 혜관을 만나본 뒤 다시 의논하자는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데 공노인은 속으로 석이의 끈기도 무던하다고 감탄하긴 했다.
밖으로 나온 석이는 어둠 속에서 울었다.
토지 2부3권 377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짚신을 벗어들고 묶여가는 아비 뒤를 쫓으며 절규했던 석이는 어둠 속에서 울었다. 조준구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조준구의 집에 심부름꾼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홀로 울어본 적이 있는가?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는 여러 형태의 슬픔을 만나게 된다. 그 슬픔은 분노와 함께일 수도 있고, 그리움과 함께 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여러 가지 고생스러운 일들이 있다. 어떤 이는 몸 고생, 어떤 이는 마음고생, 또 어떤 이는 돈 고생을 한다. 더러는 두 가지 이상의 고생이 한꺼번에 찾아 올 수도 있다. 그 어떤 고생이나 슬픔도 없는 완벽한 인생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살다보니 어둠 속에서 홀로 울고 있는 어떤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누구나 어둠 속에서 울어본 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석이의 아버지인 정한조는 이전에 조준구를 무시한 것이 화근이 되어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일본 헌병에게 총살된다. 나라 잃은 백성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그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어디 소설 속 석이 아버지 한 사람이겠는가?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 매우 중요한 화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이 지금 한창이다. 보도를 통해 들려오는 그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가 짧은 기간 동안에도 어마어마하다. 죽은 어린이들만 수천명이라고 한다.
그 땅에는 또 억울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지 헤아리기도 힘들 것 같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과 억울하게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어둠속에서 울고 있을 것이다.
석이와 또 어둠 속에 울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