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해 Dec 15. 2023

무엇이든 위하여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요

타인을 위해 사는 행복을 발견한 사람들


 “어쨌거나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이든 위하여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요. 역적을 섬기든 도둑놈을 섬기든, 위할 것이 없는 사람보담이야, 안 그렇소? 공노인.” “그야”

 “나라를 섬기면 더욱 좋고 가난한 백성을 섬기면 더더구나 좋고 은인을 섬기는 것도.”

토지 2부4권 48쪽에서 인용/ 마로니에 북스     


 공노인이 조선으로 들어와 조준구에 대한 복수를 기획하는 동안 기생이 된 봉순이가 이래저래 힘이 되어주고 있다. 길상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기생이 되었지만 아직도 최참판댁 일을 위해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을 두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이든 위하여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혜관이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엇을 위해서 또는 누군가를 위해서 산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서 무언가를 위해서 사는데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산다. 다른 말로 하면 가족을 위해서 일하고 희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에 봉사하면서 신을 위해 살기도 한다.


 근래에는 남 눈치 보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 사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많이 나왔고 또 인기가 있다. 지금까지 거창한 어떤 신념이나 가족과 집안을 위해 살아온 삶을 그만 두고 아무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의 자유와 즐거움을 추구하며 사는 일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정부분 그 말에 동의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고,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또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게 열심히 나 자신을 위해 살았을 때 우리들은 진정 기쁘고 행복할까?     


 그런데 참 이상하다.

 더러는 나 자신을 위해 어떤 일을 했을 때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일했을 때가 더 기쁘기도 하다. 그런 기쁨을 알아가는 것이 어쩌면 진짜 행복인지도 모른다.

 어떤 종교적 도그마에 갇혀서 특정 신념의 노예가 되어 사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인도 켈커타 빈민촌의 마더 데레사나 남수단 톤즈 마을의 이태석 신부처럼 온전히 남을 위해 사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

 그들은 왜 자기 자신의 출세나 즐거움을 위해 살지 않고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살기로 했을까? 어쩌면 그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 때보다 남을 위해 살 때가 더 기쁜 사람들이 아닐까? 그들은 아마도 타인을 위해 사는 행복을 발견한 사람들일 것이다.     


 소설 토지에는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혜관의 말처럼 나라를 섬기면 더욱 좋고 가난한 백성을 섬기면 더더구나 좋다.

 보통은 그런 큰일은 못하더라도 내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또한 우리 삶의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자식을 위하고, 부모를 위하고, 아내나 남편을 위하고, 누군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하고 또 어떤 이는 길고양이를 위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이든 위해서 산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전 05화 어둠 속에서 울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