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생각나는
나 혼자만 맛있는 걸 먹어서 미안해지는 사람
‘그런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용이는 강가까지 왔었다. 오광대가 아니었어도 추석이면, 성묘 가는 길에서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월선이었고 그의 무덤에 찬서리가 내렸을 거라 속으로 중얼거리는 용이였다.’
-토지 3부2권 207쪽에서 인용
이미 오래 전에 내 곁을 떠난 사람인데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용이가 그랬다. 월선이는 병이 들어 이미 죽었고, 간도에 묻혔고, 평사리로 돌아와 홀로 살고 있는 용이는 늘 안타까운 사랑이었던 월선이를 생각한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길을 걷다가도 생각나고, 밥숟가락을 들다가도 생각나고, 길을 걷다가도 그 사람이 생각나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꽃이 피면 생각나고, 비가 와도 생각나고, 하얀 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뽀얗게 변해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을 때도 생각난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고운 경치를 같이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경치를 함께 보지 못해서 미안해지는 사람, 나 혼자만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어서 너무 미안해지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사람....
그렇게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은 그리움이다.
그렇게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은 내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문득문득 생각나는 사람은 진짜 사랑이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사람 때문에 ‘그리움’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고 또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