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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줌 Aug 31. 2021

2021년 유니가 2010년 유니에게

#철학으로밥짓는여자(6)


2010년 6월 24일



우리는 언어로, 문자로,


무엇인가를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축소시키거나 과장하여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삭제하거나 회피하기도 한다.


미화시키거나 특정한 사람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언어란 그런 것이다.


그 안에 본인의 가치관이 반영될 때는 더욱 그렇다.



누구나 사실 매사 객관적일 수는 없고, 또 매사 객관적인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대로 재수 없긴 할 것 같다.


이것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필연적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의 세계관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당연히, 사용하는 언어든 문자든, 사고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두렵다.


내가 정직하지 않을까 봐.


내가 나를 볼 때 정직하지 않을까 봐 나는 가끔 두렵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사실 나는 정직하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내 사고와 가치관으로는 온전히 정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두려움 때문이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비판과 판단에 대한 두려움, 평가와 시선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그래서 나는 나를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직면하지 못할 것 같다, 아직은.


사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이제까지 자신에 대한 직면을 회피해왔고, 미화시켜왔고, 축소시켜왔고, 덮어버렸다.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완벽하고 싶은 내 사고로는 나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래서 괴롭다.



"So what?"



이라는 내려놓음이 안 되는 것이다.


지독한 욕심과 교만이다.


완벽한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어찌 욕심과 교만이 아닐 것인가.



누군가에게 내 추함을 내보이는 것은 안 해도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는 정직해야 하는데,


어느 때는 인정하면서도 한편, 용납할 수 없는 두 가지 마음은 또 무엇이란 말인지.


이것이 내 안에서 깨지고 무너져야 하는 영역일까?


때로 드러내면서도 한없이 초라해지고 의식되는 것을 보면, 내 안에서 결코 인정되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다.


참으로 '내 안의 원수가 바로 나'라는 말이 실감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 my story를 내놓기가 어렵다.


아마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다리려고 한다.


내가 준비될 때까지.


어느 때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나를' '나'는기다리려 한다.


어쩌면 그 시간은 내 안에서가 아니라, 내 밖에서 시작될 수도 있지만.


암튼......ㅠㅠ



그래서 오늘은 이쯤에서..... 총총





사진은 곡성 미실란 밥카페






2021년 8월 7일



아주 오래전 기록한 일기를 읽어보며, 이때와 나를 비교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과거 일기를 읽어보며, 그때의 내가


자신에게 정직하고 싶어서


나름 씨름하며 노력했다는 게 기특하기도 하지만,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가면을 쓰고


되지도 않는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했으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고민과 노력을 혼자만 가열차게 했을까 싶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한 마디로 싫은 소리는 듣기 싫었다.


나 자신이 하는 싫은 소리도 듣기 싫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초자아(super-ego)의 칼날을 시퍼렇게 휘두르며,


정작, 내 안의 이드(id)를 달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중간에서 에고(ego)가 얼마나 힘들고 고단했을까.


그래서 가끔 존중받지 못한 이드가 한 번씩 폭발할 때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자존감이었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존심이었던 셈인데


그것이 얼마나 불건강한 것인가를 이제 알았으니,


나는 이제라도


내 안의 이드를 외면하지 않고 존중할 뿐만 아니라


초자아는 가끔만 사용하며


에고가 좀 더 편안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나라는 인격을 잘 사용해봐야겠다.



이것이 10여 년이 지난 나의 변화이다.



좋은 일이다.


#철학으로밥짓는여자 #유니줌 #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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