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향한다. 가족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홀로 존재하는 시간 속 이벤트로 된 지 몇 년이 되고 있다. 일상의 변화는 삶의 활력을 가져오는 것 같다. 물론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성되는 감정은 다양하다.
공항이라는 플랫폼이 주는 영향도 한몫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공항 안은 사람들로 붐비며 시간이 잊힌다. 택시를 타고 오며 창밖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아침 공기는 탁해지고 사라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나도 공항 속 희미한 개체로 존재하고 있다.
타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모습을 본다. 허기진 뱃속에 삼각김밥을 꾸역꾸역 쑤셔 넣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익숙한 행위처럼 대형 TV앞 의자에 앉아 조촐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고 녀석 참 가성비 최고다. 주먹밥 하나로 허기를 채우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와 다른 요즘은 실속 있는 한 끼를 해결해 주는 맛난 김밥이다. 불현듯 현대인들의 애환이 삼각비닐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촐한 한 끼를 실속 있게 해결했다. 함께 구입한 물을 시원하게 들이키며 입가심을 한다. 든든한 아침 식사다. 배를 채우고 나니 또 다른 감정이 찾아든다. 주변의 사물들이 시선과 시선이 꽂히며 세상을 담아본다.
탑승구를 향해 걷는다. 13번의 탑승구는 대합실 좌측 맨 끝에 위치하고 있어 걸으며 조금 전 먹은 삼각김밥을 자연스럽게 소화시키고 있었다. 힘찬 발걸음이다. 신체의 반응이 걸음걸이로 뿜어 나오고 있었다.
잠시 대기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한다. 나를 태우고 떠날 비행기가 창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를 바라본다. 커다란 몸집을 드러내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의 육체에 오른다. 온몸으로 고객을 실어 나른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여행은 누군가의 배려 속에서 진행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