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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는 삶

-타인

by Sapiens

<AM.5:50>

타인, 유영하는 삶




어제 알고 지내는 지인과 저녁을 먹었다. 소원했던 시간을 채우기라도 하듯 우린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쌓인 이야기들을 꺼내놓으며 마음은 가벼워지고 있었다. 한편,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너무나 평온하고 걱정 없는 삶이 오히려 불안감으로 몰려온다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내내 그녀의 속마음이 그대로 표출되어 드러나고 있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걱정은 없지만 마음 한편 피어나는 불안감은 자신의 행복이 상실되고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인간의 탐, 진, 치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인간의 탐심과 어리석음, 욕심이 자신이 가진 가치를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결국 빈곤 상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무엇에 두고 있을까? 에 대한 깊은 사고의 과정 없이는 우리는 자신의 일에 대한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매일 반복되는 삶은 기계처럼 돌아갈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작은 가치를 품고 풍성한 가지를 뻗으며 기쁨의 나날을, 숨 가쁜 살아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어떤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뇌 없이는 우리는 행복감에서 헤매게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러한 치열한 사고의 순간이 결국 자신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나를 대면하는 순간이다. 그 누구와의 대화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의미를 부여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은 나밖의 또 다른 나이기에 결국 인간은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가장 이기적인 동물이기에 타인이라는 상대가 존재함으로써 가치 있는 삶 속으로 인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혼자만의 곳간 속에 갇혀 보이지 않는 성 안에서 생활하고 있지는 않는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라는 선물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가? 눈이 부신 하루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그 하루라는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동행하게 된다. 물고기가 넓은 바다를 유영하듯 맘껏 살아 숨 쉬는 하루를 살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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