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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성적인가 이성적인가

-감성적

by Sapiens

<am.5:50>




나는 감성적인가, 이성적인가



이틀 전 출강을 나갔다. 영상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시간을 나누었다. 그리곤 함께 윤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하신 분 중 젊은 층에 속해 보였던, 맨 먼저 와서 소담히 앉아있던 그녀가 울먹이며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어깨를 토닥토닥거렸다. 쓴 글을 읽는 내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울먹이며 읽어 내려갔다. 첫 만남이었지만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 내보여주어서 참 감사했다.


출강을 하며 강의 시간에 따라 즉흥적으로 변화를 줄 때가 있다. 그날 모인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함께 나누고 싶은 영상이 떠오를 때 시간을 조절하며 마지막 선물로 선사하곤 한다. 순간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 속에 몰입하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런 자신을 보면 분명 나는 이성적인 것보다 감성적임에 틀림없다. 사실 너무 감정이 풍부해서 일상 속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만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며 바라보곤 한다. 어제저녁 청주공항으로 향하던 중 삽교호를 건너고 있었던 것 같다. 숙여있던 고개를 든 순간 펼쳐진 저녁노을에 비친 호수는 순간 나를 지배하기 충분했다.


일상 속 펼쳐지는 상황들이 참 드라마틱하다. 감정의 선을 일렁이게 하는 일들이 찾아드는 순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지 바라보지 못하거나, 바라보되 느끼지 않을 뿐이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감성적인 부분이 일상을 지배할 만큼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주변의 모든 일들도,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그렇수 있겠구나,라는 측은지심이 많은 성향이란 생각이 든다.


감성적이든 이성적이든 적재적소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 찾아와 흔들어 혼란을 던져주기도 하듯이 일상은 예측불허 속에 펼쳐진다. 그럴 때는 오히려 이성이 살아 움직인다. 그래야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지배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온을 지키는 것 또한 자신의 선택이듯이, 매 순간 나 자신과의 만남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읽어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럼 조금은 평화롭고 자유로운 상황 속에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길을 걷다가도,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는 순간에도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한다. 때론 먼저 떠난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찾아온 어느 날, 때론 어제저녁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만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누군가와, 무엇을 만나는 그 찰나적 순간 참 행복하다. 그 감정이 나를 둘러싸고 휘몰아치며 또 다른 감정들을 생성하며 태어나게 해 준다.


그런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래서 감사함을 느낀다. 삶은 순간 주어지는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매 순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끄달림에서 벗어나 홀연히 존재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감성적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참 좋다. 분별을 하지 않게 되고, 경계를 짓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해석하지 않으려고 그냥 바라보려고 한다. 공존 속에서 함께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물론 이성이 필요한 순간은 있다. 그럼에도 나는 감성적인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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