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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Jan 29. 2024

환멸

-지하철 풍경

<am.5:50>



그녀의 이십 대 시작은 낯설고 외로웠다.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해 짧은 1년 동안의 생활은 차가운 기억으로 물들어 있다. 높고 복잡한 고가도로는 자신의 위치가 혼돈스러운 만큼 닮아있었고, 바쁘게 걸어 다니는 거리 속 사람들 모습은 살얼음만큼 다가가기가 무서웠다.


작은 잠실 아파트를 나와 지하철이라는 것을 처음 탄 날, 사방은 암흑과 같은 두려운 곳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 모른 채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려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옆을 보지 않는다. '저...'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들 사이로 아득해갔다. 아무도 쳐다보거나 들으려고 하지 않는 무관심, 어린 그녀는 낯선 서울의 인상이 메몰차다는 감정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서울이라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사방을 훑으며 어렴풋하게 두리번거리며 겨우 지하철에 올라탔다. 사람들의 부딪힘에 의해 발을 들인 지하철 안의 풍경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 속 침묵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어딘가로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의 역을 지나고 조금은 한산해진 지하철 안, 자리를 잡고 앉은 그녀는 이상한 감정이 몰려왔다. 많은 이가 눈을 감거나 앞만 주시하고 있다. 누군가 소리를 내는가 하면 그 안에서 물건을 파는 장사꾼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집중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답답했다. 심장소리와 숨소리가 밖으로 쏟아지듯 얼른 내리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는 지하철 풍경 속에서 서울이라는 곳의 환멸을 더욱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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