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초, 바람이 차다. 옷깃을 여미며 목도리를 둘렀다. 차에서 내리면서 한 손에는 노트북가방을, 또 한 손으로는 자동차 잠금키를 누른다. 서둘러 바람을 가르며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카페 안은 한산했다. 널찍한 테이블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냅킨을 가져다 테이블 위의 얼룩을 닦는다. 마치 내 영역을 표시하기라도 하듯,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컵에는 물을 가득 담고 냅킨 위에 올려놓는다. 노트북을 켜고 마우스패드 위에 마우스를 꺼내놓고 나면 세팅은 완료이다. 이제 나를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모든 것이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동적이든 정적이든 서성거림이 느껴진다. 마음의 움직임이 육체로 표현되고 있다. 옷깃을 여미는 행위도 냅킨을 깔아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 주문을 한다. 주문벨이 울리고 음료를 받고 온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온기를 느낀다.
작업을 하다 무심코 고개를 든다. 앞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내 시선으로 들어온다. 타인의 존재도 내 감각이 적응되었을 때 비로소 느껴진다. 상대를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으니까.
일상 속 1cm에는 수많은 것이 담겨 있다. 그러나 내가 꿈틀거리지 못한다면 느낄 수 없다. 깨어나 자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존재감을 느끼며 인식할 수 있다.
마우스를 쥐고 흔들어대고 엄지손가락으로 클릭클릭거리는 손동작의 1cm 사이에는 열정과 분주함이 있다. 평상시 집에 있었더라면 편하게 뒹굴며 할 일을 미루고 있을 터였으니까.
따뜻한 찻잔을 쥐고 있는 손의 온기는 잠시 마음속에 머물다 휘리릭 돌아나간다. 1cm 간격으로 들어와 한기를 잠재우고 떠나간다.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시간도 1cm의 간격을 반듯하게 걸어서 돌아나갔다. 그래서 붙잡을 수 없는 것일지도. 우리가 허투루 보내는 시간은 있어도 시간은 허투루 지나가지 않는다.
깨어있는 감각 속에서도 가끔 1cm가 숨어있다. 허둥지둥 살다 보면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한 채 지낼 때가 있다.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 잘 흘려보내야 하지 않을까. 작지만 커다란 내 삶의 공간인 1cm 안에 숨겨진 보물들을 느끼며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