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되어 흐르는 그리움

-조우의 시간

by Sapiens



이별은 떠나간 자와 남아있는 자에게 그리움이란 잔영을 남긴다. 10년 전 그날을 다시 떠올리며 수아의 눈에는 그리움이 흘러내리고 있다.


수아의 지독한 짝사랑의 상대, 그녀를 세상과 연결해 준 어머니의 기일이다. 수아는 해마다 법당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만난다.


8월의 한여름 속에 머물고 있지만 며칠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비가 내려 기온이 많이 내린 탓인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잡음이 아닌 음악이 되어 스님의 불경 소리와 화음을 맞춘다.


수아는 회색 줄무늬 긴치마를 입고 두 손을 합장한 채 스님의 경과 목탁소리에 맞춰 무릎을 꿇고 연신 엎드렸다 다시 일어나 절을 하고 있다.


이별의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매해마다 어머니와의 조우는 절절한 감정으로 가득 차 흐른다.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만나 업을 쌓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수아는 젊은 시절 어머니께서 원하던 일이었으므로 바람을 다할 뿐이다.


그러면서 수아는 붉은 방석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다가 이름이 불릴 때마다 다시 일어나 연거푸 절을 하고 있다. 마치 그리움을 삼키듯 반복해 움직이는 듯하다.


그녀의 환한 얼굴에는 고여있던 그리움이 비가 되어 흘러내리듯 불경 소리에 스며들며 마음을 적시고 있다.


그렇게 수아는 어머니와의 조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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