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초록의 마음으로

-만남

by Sapiens



무지외반증 수술로 힘들었던 언니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제 북페어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 분당으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가족과 시간을 충분히 갖기 위해 일정을 느슨하게 잡아두었던 까닭에 편안한 마음으로 언니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언니의 얼굴 본 지가 1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아파트 앞으로 나와 있던 언니는 초록 니트 스커트에 검정 재킷을 입고 있었다. 유난히 초록색 니트 스커트가 눈에 띄었다. 언니와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환해 보였고, 언니의 환한 미소가 나의 시야를 꽉 채우고 있었다.


재빨리 차에서 내리고는 언니랑 함께 뒷좌석으로 옮겨 앉았다. 그때부터 폭풍 수다가 시작되었다. 수술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걷기가 불편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걸어줘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이야기했다며 신이 나 보였다.


언니는 아직 의료용 지지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런 언니를 차에 태우고 우리는 늦은 점심을 함께 하기 위해 애슐리 퀸즈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동안의 이야기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서로의 말들이 전부 위로가 될 수는 없지만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은 컸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다양한 색들이 품어 나오듯,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푸는 동안 여러 감정들이 생겨났다. 어릴 때는 자주 싸우며 지냈다고 하는데 한 살 터울인 우리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살면서 어린 시절과는 다른 여성의 삶에 대해 나누며 엄마, 며느리, 중년 여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언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장을 보았다. 불편한 걸음으로 이것저것을 챙겨준다. 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자주 보지 못하지만 가끔 이렇게 언니를 보러 오려고 한다. 발이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로 오고 가며 우리의 젊은 시절을 함께 물들이고 싶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조금씩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 언니도 행복한 인생을 지어가길 바라본다. 초록색의 싱그런 젊음은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마음에 달려 있음을 느껴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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