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호떡

-겨울 음식

by Sapiens


아이들이 잠든 사이 어머니는 밀가루 반죽을 치댑니다. 말가루 반죽을 하는 것이 쉬워 보여도 이 음식의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어머니는 신경을 쓰며 새벽녘까지 정성을 들이며 자신의 혼을 담아내 치댑니다.


해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되면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커다란 통을 부뚜막에 올려놓는 소리가 어머니 숨소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자명종 소리를 대신해 줍니다. 부뚜막에 놓은 통은 따뜻한 온기로 숙성이 되어 부풀어 오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잠에서 깬 나는 매일 하던 대로 일어나 부엌으로 가 찬장 구석에 놓인 하얀 설탕과 지난 장에서 구입한 견과류를 8:2로 섞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하얀 플라스틱 통에 옮겨 담습니다. 그동안 어머니는 붕어빵 속에 들어갈 팥을 통 안에 담아내는 일을 하십니다. 그러고 나면 어머니와 나는 한 숨 돌립니다.


어느새 해가 올라와 밖은 환하게 밝아있습니다.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조반을 챙겨 먹습니다. 반찬이라곤 깍두기 김치에 깻잎 장아찌가 전부지만 따뜻한 밥이 있어 어머니와 나는 배가 든든하게 먹습니다.


나는 먹다 남은 음식을 다시 찬장에 담아놓고 차가운 물에 그릇을 헹구어 놓습니다. 손이 얼듯 차갑지만 매일 하던 일이라 투덜거릴 수가 없습니다. 투덜거린다고 바꿔지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묵묵히 기계처럼 움직일 뿐입니다.


어머니는 시집오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이 일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벌써 만 삼 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보다 삼시 세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대가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붕어빵과 호떡 장사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제 한 겨울이 되면 대목이라고 하지만 손이 더 가는 힘든 과정들이 버겁기만 합니다. 추위도 한몫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우면 장사가 뜸하고 추우면 사람들이 붐빈답니다.


나는 돈을 버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너무 일찍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 궁리를 해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려고 했지만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 포기했어야 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삶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붕어빵과 호떡이 추운 겨울 추억의 음식이라고 말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살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의 그림자에 가깝습니다.


시간은 붕어빵이 익어가듯 흘러 어느새 어머니 나이가 되었습니다. 내 손에 작은 손이 안겨 있습니다. 아이의 손을 만지며 과거의 내 어머니와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흩어지지 않는 추억. 겨울이면 떠 오르는 아린 기억이 자꾸만 아이가 내 손을 끌며 붕어빵과 호떡 가게로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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