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눈을 감고 내가 걸어온 길들을 뒤돌아본다. 아무리 뒤척이며 필름을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나의 리즈시절이 있었을까?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삶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왔고 내가 죽으면 과연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 속에서 답을 찾으려고 온갖 고뇌에 시달리곤 했다. 때론 사람들을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았다. 특히 혼자되신 어머니의 삶은 나의 관찰 대상이 되어 주었고 그런 생각이 지배하는 시절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어린 나이에 돌아간 나는 어머니는 내가 보호해야 하는 올가미에 쌓여 사십여 년을 지내 온 것 같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는 홀가분한 기분이 들기도 했으니까...
두 아이를 양육하며 보통 사람들이 갖는 소박한 꿈을 꾸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투병과정은 나에게 힘든 나날이었지만 삶의 가치관이 바뀌는 시간들이 되어 주었다. 인간이란 이런 것이구나! 죽음이라는 것은 이런 모습으로 떠나가는 것이구나! 집착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질없는 것들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들을 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삶의 방향성이 잡히기 시작했다.
내 나이 오십 중반을 걸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허덕이고 숨찬 삶을 살아내며 존재했다면, 지금은 편안한 차 한잔으로 행복함을 느끼며 여유를 느끼는 시간 속에 나를 내어주고 있다. 이렇게 나를 내려놓고 삶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아픈 시간들 덕분이다. 지나고 보니 살아온 시간들이 최상의 나의 리즈시절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나온 시간 동안 그 시간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불안하고 미래의 허상을 좇는, 현재에 오롯이 존재하는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지나온 과거 속에서 내가 고뇌하고 힘든 만큼 나를 진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지나온 내 인생의 아픈 황금기를 보내고 지금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화양연화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인생 죽도록 사랑하며 살아가리! 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