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섯 시 오십 분

-미래의 나

by Sapiens


<am.6:00>



아침, 다섯 시 오십 분



아침 다섯 시 오십 분이다.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정리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틀어 잔잔한 피아노 연주 배경음악을 깔아놓았다. 동시에 마음은 차분해진다. 창밖은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작은 물방울들이 경쟁하듯이 창문에 그려지고 있었다. 시야는 찬 공기를 만나면서 정신이 맑아진다.



그녀는 아침마다 글을 쓰는 일을 벌써 30년째 해 오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어주고 있다. 그녀의 눈은 똘망똘망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돋보기안경을 끼고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있으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그녀의 모든 감각은 열리고 자기만의 내면의 세계와 교감하고 있다.



책상 위 노트북도, 오른쪽 상단에 놓은 카키색 유리잔도, 왼쪽에 흐트러져 쌓아 놓은 서너 권의 책들도 모두 그녀와의 시간을 대변하고 있다. 그녀는 그렇게 똑같은 일상을 펼치고 있다.



머리에 염색을 하지 않은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젊은 시절, 주변 모든 색은 화려하고 밝은 빛이 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초라해 보이는 모습일지라도 그녀는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 그녀는 자신의 느린 손동작을, 검으스름한 검버섯들의 탄생을,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사랑한다. 물론 예전처럼 많은 곳을 다니지는 못하지만 집안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행복한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과거 속보다 현재의 시간에 존재하며 감탄하는 일상을 좋아한다. 순간에 존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렇게 매 순간 깨어있기 위해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일을 즐긴다.



그날, 아침 빗소리와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청각을 열어놓고, 조금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를 마시며 호흡하고 있다. 패드의 자판은 그녀의 촉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길들이고 있다. 동시에 머릿속에는 무한한 상상을 하며 글밥을 손끝으로 뱉어내고 있다. 그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고 있지만 순간 속에 멈춰있는 듯 팔십이라는 노년의 마디 위를 걸어가고 있다.



순간 중년의 자신의 모습이 살아 움직이며 잠시 스치듯 지나간다. 젊은 날의 시절이 오버랩이 되어 지금의 노년의 모습이 비교되며 상기된다. 참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 그 시절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손바닥 따스한 온기로 자신의 마음을 토닥이고 있다. 잘 살아냈구나!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시간 속에서 떠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녀는 오늘도 아침 다섯 시 오십 분에 눈을 뜨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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