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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16. 2022

하늘이 주신 파트너

내 짝꿍 도현 형!  

     

일 년 삼백 육십 오일 동안 우린 멋진 파트너야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최고 둘도 없는 파트너야

그래 그래 맞아 볼 때마다 미쳐 너무 좋은 파트너야

파트너 -남진-


 생활체육 동호인 배드민턴은 혼자서 하는 단식 게임은 없다. 동성 간 두 사람이 한 팀이 되는 남자복식과 여자복식 이 있고 여자 남자가 짝이 되는 혼합복식이 있다.

     

같은 급수에서 나 혼자 아무리 스메싱이 도끼 같고 전위 플레이가 날카롭고 클리어가 높고 길고 드롭샷이 폭포수 같아도 짝이 없으면 게임을 할 수도 없고 승급을 위한 대회를 나갈 수 없다.

그만큼 민턴에서 파트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마흔두 살. 익산 집 근처 클럽에서 민턴을 할 당시 나보다 4달 정도 일찍 민턴에 입문해 게임 감각이 좋고 배움이 빠른 동갑내기 친구 영환이가 있었다.

행복시 시장기배 배드민턴을 약 한 달쯤 앞두고 있었던 때로 기억한다.      

클럽에서 B급 치는 형님이 물었다. “왕초보 대회 한번 나가 보면 좋을 텐데 파트너가 없구나.” 하길래 “영환이 정도면 잘 치는 민턴이죠?" 나이도 같고 함께 나가면 우승 확률은 높아지겠네요”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꼭 이렇게 말했다.

     

이틀 후 클럽에 운동을 나갔는데 이상한 말이 나돌았다.

영환이는 나하고 나갈 맘이 1도 없는데 내가 그 친구 아니면 절대 게임을 안 나간다 고 했다면서 클럽에서 묶어준 파트너는 맘에 안 들어 무시하고 잘 치는 영환이만 넘본다면서 주제도 모르고 욕심만 많다며 나를 헐뜯었다.     


'엥!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그런 말을 입밖에 내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괴 소문이 시작된 것일까?

불편한 시선들을 애써 무시하며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데 여자 부회장 이소라 씨가 한마디 한다.

(평소에도 말씀이 좀 많은 편이다)      

“요즘 신입들은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우승 욕심은 많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뭐지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가까이서 직격탄을 맞으니 가슴이 많이 아프고 속이 더 상했다. 그까짓 대회야 안 나가면 그만이고 우승 같은 건 관심도 없었는데 어째 상황이 점점 묘하게 돌아가네.

어떻게든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했다.

      

여자 부회장과 맨 처음 쓸데없는 소리를 한 B급 성우 형님과 3자 대면을 했다.

"형님! 도대체 내가 언제 영환이 아니면 게임을 안 나간다고 했습니까?"

"정확한 펙트만 말씀해주세요."

    

순간 이 형님 얼굴이 벌게 지더니  아니 꼭 그렇게 말했다는 게 아니고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들렸어” 이런다. 헐~ 가뜩이나 말 많고 시기 질투도 많은 이 바닥에서 이게 뭔 일 이래.

           

사람을 깊이 알지도 못하면서 헤프게 속내를 내비친 나 자신의 경솔함을 탓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이런 젠장할 잉간아! 그 느낌은 니 느낌이고 사실만 말해야지 당신 때문에 나만 집행부 무시하고 욕심 많은 이상한 사람이 돼버렸잖아 내 인생 어쩔 거야?'


“부회장님!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제 흉은 그만 보고 다니세요.”  

   

마음속에서 열불이 뻗쳐 올랐으나 클럽에서 계속 봐야 할 사이 이기도 해서 불필요한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켜 더 거친 말을 내뱉고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을 다쳤던 그 사건 이후 행복시 시장기배 대회날 영환이란 친구는 두 살 어린 대성이와 함께 나가서 8강 에서 탈락을 했고 나는 전혀 파트너가 될 것 같지 않던 두 살 많은 도현 형님과 40대 D급을 나가 달빛 클럽 창설 이후 처음으로 당당하게 우승하며 C급으로 승급을 했다.


라켓을 높이 들고 기념 촬영을 하자니 감개가 무량했다.      

그 입 싼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슬러시 얼음을 한 바가지 쏟아부어 준 것 같아 속이 시원했다. 부부에게도 인연이 따로 있듯 배드민턴에도 파트너 인연은 따로 있는 것이 확실하다.

     

세상만사 인연 따라 흘러간다. 부부 사이도 부모 자식 간도 친구도 회사 동료 사이도 민턴 파트너도 인연에서 시작된다. 지나간 엇갈린 인연과 앞으로 찾아올 모든 인연들이 악연이 아닌 선연 이기를 기도한다.

또 그렇게 세상만사 인연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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