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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16. 2022

사랑은 콕을 타고

내 파트너 은밀한 사랑 이야기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보고 또 보고 또 쳐다봐도 싫지 않는 내 사랑아 

사랑 –나훈아-       


우리네 인생에서 사랑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사랑은 눈물의 씨앗

사랑은 흘러가는 강물 같은 것

사랑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  등등 사랑에 관한 수많은 멋진 표현들이 넘치고 넘쳐난다.

      

43살에 내가 만난 내 복식 파트너 45살 노총각 도현 형의 사랑 이야기이다.

도배업을 하던 도현 형은 45살 될 때까지 가정을 꾸리지 않은 솔로였다. 

과묵하고 사려 깊은 성격을 가진 좋은 형이다.    

 

탁구를 쳤던 형은 민턴을 접한 시간에 비해 민턴 습득이 굉장히 빨라 다른 초보자들을 특별히 레슨을 받지 않고도 간단히 제압했다. 한마디로 민턴에 타고난 천재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절대로 민턴 입문 일 연차라고 볼 수 없는 좌우 코너로 갈라치는 공격에 능하고 서브 리시브가 공격적이며

특히 전위에서 확실하게 잘라주는 네트 킬이 위협적이었다.

형과 함께 코트에 들어가면 유난히 합이 잘 맞아 클럽 내 동급에서는 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클럽의 B급 이상들과 게임을 하곤 했다.  

   

솔로였던 형이 사랑에 빠진 것은 운 좋게 클럽에서 내 파트너가 돼서 시장기배 대회를 우승하고 난 직후였다. 도현 형이 달빛 클럽 내 C급 치던 희진이 누나랑 혼합복식을 종종 치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형이 한게임 해달라고 하면 나는 그러마 하고 클럽 여자 회원을 데리고 들어가 같이 혼합복식 게임을 하곤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갔다.  형이 안 나오면 누나가 운동을 안 나오고 누나가 안 나오면 형이 운동을 나오지 않았다. '얼래 이분들 무슨 일 있구먼' 물증은 없어도 어렴풋이 감이 왔다.

기침과 사랑은 그렇다. 주머니 속에 넣어둔 송곳처럼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가 없다. 


그렇게 가끔 혼합복식을 치던 늦가을 어느 날, 형이 나에게 커피를 한잔 하자고 했다. 

생전 말수도 없는 사람이 뭔 일 이래. 커피숍에서 만난 형이 둘이 사귀게 되었고 결혼을 약속했다고 이실직고했다. 

     

두 사람은 닭띠 동갑이고 형은 노총각 , 누나는 일찍 사별을 해서 성숙한 딸이 둘 있었다.

진심으로 두 사람의 앞날이 해피하기를 빌어주며 축하해 주었다.     

순풍에 돛 달 듯 진도를 쭉쭉 빼던 두 사람의 사랑에 급 제동이 걸렸다. 형의 어머니 김순이 여사 께서 두 사람의 결혼 절대 불가를 외치셨다. 


늦은 나이에 사랑이 불타 오른 형이 어머니를 달래고 협박해봐도 소용없었다. 어머님은 옛날 삼국시대 고구려 국경지대를 지켜주던 잘 쌓은 견고한 요동성처럼 난공불락 이셨다. 


나도 자식을 키우고 있어서 잘 안다. 외모가 밉든 곱든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금쪽같은 내 새끼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그런 소중한 존재가 자식이다. 내 자식이 다 귀하고 귀하다. 

   

어머님 입장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혼인신고한 적 없는 멀쩡한 총각 배필로 이미 결혼을 한번 한 희진이 누나가 마음에 찰리 없었을 것이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완강한 어머니의 반대에 두 사람은 많이 힘들어했다.

미운 사람은 자주 보면 미운 정이 들고 고운 사람은 자주 보면 깊은 정이 든다는 게 사랑에 대한 나의 지론이다.

      

도배일을 함께 하며 살뜰하게 어머님과 형을 챙기는 누나의 진심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어머님은 마침내 마음을 여셨고 결혼을 허락하셨다. 이듬해 봄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 결혼식장에서 본 형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지금 두 사람은 도배일을 하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미혼의 노총각과 돌싱인 누나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모든 사랑이 불륜이나 바람 이런 칙칙한 사랑이 아닌 옳고 깨끗한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선을 넘지 않는 것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그 신념이 사랑과 가정을 돌처럼 단단하게 지켜주는 힘이 되어준다. 

    

삿된 것들에 흔들리지 말자 선을 지키는 사랑이 아름답다. 

도현 형 희진 누나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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