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해피클럽(순수 해양경찰 민턴 모임) 여름 단합대회를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 선유 1리 섬 총각 택일이네 집에서 가졌다. 당시 기획계장이던 진성 형님을 비롯 여경 2명, 총 14명 정도 참석을 했고 총무를 맡고 있던 택일이가 애를 많이 썼다.
아들 직장 동료들이 왔다면 한여름 삼복더위에도 부모님은 반갑게 우리들을 맞아 주셨다. 군산은 고군산 열도라 해서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라는 섬들이 줄을 서듯 길게 늘어서 있다.
찻길이 뚫리지 않았던 시절 배를 타고 드나들던 섬이었다. 도로가 뚫리고 장자도까지 다리가 놓이면서 섬 투어 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선유도에 도착하니 맑은 공기와 집 앞에 펼쳐진 고즈넉한 섬 풍경이 가히 절경이었다.
가볍게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오니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10첩 반상을 떡하니 차려 주신다. 수 년째 낚시군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간장 게장, 얼큰한 생선 매운탕, 싱싱한 광어회, 각종 조림과 싱싱한 해물요리들, 해풍 맞고 자란 방풍나물과 머위나물, 감자조림, 속이 꽉 찬 섬 배추로 담은 묵은지 돼지고기 짜글이 까지
값비싼 일류 호텔요리 에도 절대 밀리지 않을 어머님의 정성 가득한 음식들을 배가 터지게 먹었다.
한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데 어머님은 가스불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자식들 먹이겠다고 애를 쓰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순간 울컥해졌다. 부모는 저렇구나.
자식 일이 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순간순간들을 참으로 많이도 헤쳐 나오셨겠다 싶었다.
동료 여경 두 명이 상차림을 거들자 어머니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연신 물으신다
“처자는 결혼했어? 참 곱고 하는 짓도 맘에 드네. 며느리 삼았으면 딱 좋겠다. ” 이미 가정을 꾸렸다고 말씀드리니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줘" 하신다.
두 분이 함께 살아오신 인생 얘기를 잠깐 하시고 설거지를 끝내시더니 수박을 썰어서 내주신다. 우리들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평상에 앉아 오랜만에 모처럼 다 함께 담소를 나누었다
소화를 좀 시키고 난 후 아버님께서 운항하시는 낚시어선을 타고 마을 앞바다에서 바다낚시를 했다. 씨알이 작은 노래미가 몇 마리 올라왔다. 한여름 땡볕에도 월척을 잡아 보겠다고 다들 열심이었다. 결국 새끼 놀래미와 삼식이 몇 마리 잡고 여름날 낚시는 끝이 났다.
산 밑으로 떨어지는 일몰을 배경 삼아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잠자리에 예민한 체질이라 장소가 바뀌면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는데 선유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 천연 수면제 였는지 몇 년만에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잤다ㆍ
다음날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가볍게 산책하고 새로 생긴 집라인을 탔다. 가격은 제법 비쌌지만 탈만 했다. 푸른 바다 위로 설치된 레일에 몸을 맡겼다. 몸무게가 가벼워 끝까지 멀리 가지는 못했지만 신나고 즐거웠다. 즐거운 섬 투어를 마치고 귀가했다.
입사해서 선유도 섬 총각 택일이네 집을 두 번 방문했다. 한 번은 단체모임. 또 한 번은 친한 동생들과 단출한 모임. 갈 때마다 분에 넘치는 두 분 부모님의 사랑과 밥상이, 어촌 마을의 평온함과 아늑함이 주는 고향 같은 느낌에 설레었다.
민턴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인연이었고 누릴 수 없는 호사였다.
만남은 크든 작든 소중하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슴에 소중한 씨앗을 하나 품고 매일 물을 주고 햇빛을 비쳐주고 바람을 통하게 해주어야 하는 정성을 쏟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관계 불가근불가원 이라지만 선유도의 아늑함 과는 늘 불가근 만 하고 싶다.
소중한 인연에 깊이 감사하며 오래전 신선이 거닐었다는 선유도에서 두 분 부모님께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행복하시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