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
재환
나는 나비이나 아무 꽃에나 앉을 수 없습니다
그런 나를 그 꽃은 수만 번 어루만지며 나를 품었습니다
눈물이 연고라는 말 나는 믿지 않았지만
내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 건 분명 눈물이었습니다
꽃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화려함을 더해 갔습니다
나비가 언제 훨훨 날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치장에 더 열을 올리게 했습니다
우리는 운명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꽃피워주기 위해 만났습니다
다음에는
한잎 두잎 꽃을 피울 때마다 내가 그 꽃잎 어루만지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화분으로 그대를 안아보겠습니다
서로를 꽃피워줄 날이 코앞에 와 있습니다
사월 어느 즈음, 아니 오월 어느 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