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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Aug 20. 2024

처가살이 경험기 (10)

드라마와 스포츠

결혼 전에 우리 가족은 뉴스를 제외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남자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여자는 드라마를 좋아했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모이면 시청하고 싶은 TV 채널이 서로 달라서 채널 선택권을 누가 가지고 있냐에 따라 드라마를 보게 되기도 했고 스포츠를 보게 되기도 했다. 


내가 중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TV 드라마를 즐겨봤다. 아버지는 야구 등 스포츠를 보고 싶어 했는데 때때로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채널 선택권을 양보하였다.


간혹 어머니는 드라마를 몰입하여 보다가 웃거나 울 때가 있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아버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일 뿐인데 뭐가 그리 슬프냐고 말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TV 채널 주도권이 바뀌었다. 부모님 댁에 방문하면 아버지가 뉴스나 스포츠를 보고 있고 어머니는 규칙도 잘 모르는 스포츠 경기를 재미없다는 눈빛으로 시청하곤 했다.


결혼 후, 처가식구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처가식구들이 결혼 전의 우리 가족과 같을까 궁금했다. 남자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여자는 드라마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내는 TV 드라마를 상당히 좋아했고 우리 어머니보다 더 몰입해서 드라마를 시청했다. 아내가 드라마 시청에 몰입하면 옆에서 말을 걸어도 쉽게 반응하지 않을 정도였다. 아내의 대답을 들으려면 아내에게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해야만 했다.  


처남은 아내와 달랐다. 처남은 퇴근 후 집에 와서 종종 늦은 야식을 먹었다. 그럴 때면 TV를 켜고 스포츠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축구 경기를 보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선수들을 평가하기도 했다.

 

남녀 간의 차이로 인해 TV 프로그램 선호도가 차이 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가족 구성원 간 취향 문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 가족이나 처가식구들 중 남자는 드라마보다 스포츠를 여자는 스포츠보다 드라마를 선호한다.    

 

         [우리 집 2층 창문에서 바라본 드라마 촬영 모습]


이렇듯 TV 드라마 시청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요즘 남들에게 홍보하는 드라마가 있다. '가족 X 멜로'라는 JTBC 방송국의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홍보하는 이유우리 집이 드라마 속에 나오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우리 마을에 있는 광고판에 드라마 촬영 안내문이 부착되었다. 안내문 내용으로는 촬영기간에 대한 안내와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촬영일에는 마을버스가 우회하여 운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드라마 섭외 담당자가 촬영에 대한 양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우리 집과 옆 집에 방문했다. 그는 우리 집 맞은편에 있는 빌라가 드라마 속의 주요 촬영지 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촬영시간에 우리 집 앞마당을 빌려줄 수 있는지와 앞마당에 촬영장비를 설치해도 좋은지 물어봤다.


그에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협조에 대해 금전적으로 적은 보상이라도 주겠다고 말했다. 작년 늦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여섯 차례 촬영장비가 우리 집 앞마당에 설치되었다. 늦은 야간시간까지 촬영한 적도 있었다.


TV를 켜고 리모컨을 클릭해 채널을 돌릴 때면 야구, 배구 등 스포츠 채널에서 멈출 때가 자주 있다. 그리고 그 스포츠 프로그램에 몰입하여 시청한다. 과연 '가족 X 멜로' 드라마가 나 같이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의 취향에 맞추어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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