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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Jun 04. 2024

처가살이 경험기 (8)

처가 생활방식을 닮는다

처가살이 십 년이면 아이들도 외탁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의 의미는 처가에서 오래 살면 아이들이 처갓집의 풍습과 생각을 닮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부부에게 성장기 아이가 있었으면 아이의 생활습관이 외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성장했을 것이다.  


나는 처갓집에서 장모님과 거실, 식탁, 화장실 등을 함께 사용하며 십 년 넘게 살고 있다. 처남은 분가해 살다가 수년 전부터 처갓집에 합가해 살고 있다. 내가 십 년 넘게 그들과 함께 살다 보니 그들의 영향을 받아서  생활방식도 비슷해졌다.


내가 느끼는 처가의 분위기는 사람 관계나 일 처리를 할 때 다소 즉흥적이며 융통성 있게 실행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장모님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장모님은 어떤 일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변덕이 심해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처음 처가살이를 하게 되었을 때 나에게 이러한 처가 분위기는 좋기도 했고 안 좋기도 했다. 예를 들면 나의 어떠한 언행에 대해 우리 아버지는 기분이 상하면 과거의 내 행동까지 샅샅이 들추어내며 분석 비교하여 잘잘못을 따졌다. 그리고 나에게 야단쳤다. 하지만 동일한 나의 언행에 대해 처갓집 식구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해 주었다.


번복이 잦고 즉흥적인 결정을 많이 하는 집안의 문제점은 계획을 실행하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처갓집은 가족끼리 여행을 간다고 할 때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더라도 떠날 수 있을지는 출발 당일날까지 가봐야 알 수 있었다.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장모님 밑에서 성장한 아내와 처남에게는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집안 분위기에서 성장한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계획적이며 논리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 식구가 된다면 더욱더 그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나도 성향이 별로 분석적이거나 계획적이지 않아서 그들과 무탈하게 지내고 있다.


집안 분위기는 집집마다의 고유한 분위기로 좋고 나쁨의 잣대로 바라보기 어려운 문제이다. 나는 고지식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성장했다. 우리 부모님은 매사에 논리적인 분석과 정확한 일처리를 좋아했다.

이런 점은 내가 처갓집과 우리 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항상 대비되게 느끼는 점이다.


처가살이를 시작하고부터 처가의 생활방식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우리 부모님 생활방식을 기준으로 마음속으로 처갓집과 비교를 하였다. 그런데 처가식구들과 함께 사는 시간이 늘어나니 그들의 생활방식에 매우 익숙해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우리 부모님 댁에 방문하더라도 처가의 생활방식을 기준 삼아 비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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