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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Mar 30. 2024

처가살이 경험기 (5)

처가식구들의 힐링생활

처갓집은 북한산에 매우 가까이 있다. 집에서 일이 분을 걸으면 등산로로 연결되는 길이 보이고, 여기서 오분을 더 걸으면 둘레길과 약수터로 가는 길이 보인다. 처가식구들은 이 산가까이 있어서인지 산에 자주 다. 나는 처가살이를 시작할 때 처가식구들이 공기 좋고 조용한 동네에 산다고만 생각했지 등산을 자주 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처갓집에 살아서 좋은 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약수터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처갓집에서 도보로 약 사십 분 거리에 약수터가 두 개 있다. 범골 약수터와 냉골 약수터라고 부르는데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 주민들은 이 약수터들을 목적지로 해서 빈 플라스틱 용기 등을 가지고 가서 물을 담아가기도 한다. 약수터 옆에는 운동기구들이 있어 종종 체력단련을 하는 주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우리 동네에 쉼터가 생겼다. '북한산 체험형 숲 속 쉼터'가 개장했다.


북한산으로 산책하다 보면 여러 가지 꽃나무를 볼 수 있다. 봄이면 만개하는 꽃, 여름이면 녹색 나뭇잎들로 우거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을이면 단풍과 낙엽, 겨울이면 하얀 설산(雪山)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분홍색의 진달래, 철쭉과 노란색의 개나리, 생강나무의 꽃이 활짝 피어 있는 풍경을 보면 절로 힐링이 될 것이다. 물론 힐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혹 다니다 보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될 때도 있다. 수년 전에 한동안 들개가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나를 포함하여 처가식구들이 멧돼지를 한 번씩 목격했다.


때로는 처갓집에서 둘레길로 산책하다가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 화계사로 내려오면 사찰음식을 먹을 수 다. 점심식사로 주로 비빔밥이나 국수가 나오는데, 때때로 보살님이 돌아다니면서 떡도 나눠 주실 때가 있다. 절에서 베푸는 식사(공양)라 그런지 돈을 내지 않고도 먹을 수 있어서 다.


처갓집에서 생활하기에 약간 불편한 점이 있다면 서울 시내 중심가를 다녀오기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은행, 서점, 대형마트, 영화관 등이 가까이 없어서 가려면 삼십 분 동안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서인지 젊은 직장인 보다 중장년층 이상의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많이 사는 것 같다. 


나는 결혼을 하기 전에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산에 거의 가지 않았는데 산에서 가까운 처갓집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레 힐링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다. 밤에 마을버스에서 내려 집에 들어올 때 복잡한 시내의 매연과는 다른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또한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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