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
그런데 요즘은 장모님 건강이 안 좋아서 매일 오전과 오후에 요양보호사가 오고 있다. 작년 같으면 장모님이 시내의 카페나 음식점에서 만났어야 할 친구나 지인들이 요즈음은 처갓집으로 방문해서 만나고 있다. 그런데 처갓집은 단독주택으로서 이층에 있는 장모님 방과 우리 방이 거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일까. 때때로 나는 갑작스러운 장모님 지인들이나 처가 친척들의 방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 부모님과 장모님의 공통점은 나이가 연로해지면서 활동 반경이 좁아지고 행동이 매우 느려졌다는 점이다. 인체의 노화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외에는 집에 사람이 방문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장모님은 누구든지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처갓집의 경우에 요양보호사나 장모님의 지인들이 집에 자주 방문을 해서 처가식구에게 도움을 주는 점은 매우 좋지만, 때로는 물품 도난이나 보안 문제,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느덧 내가 처가식구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 지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때때로 내가 처가식구와 함께 살면서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다니던 직장을 힘들다고 대책 없이 그만두었을 때 아내는 나에게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장모님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 장모님은 아내에게 '이서방이 비록 직장을 다니지 않더라도 앞으로 잘할 수 있을 테니 잘 받들라'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처갓집의 일원으로 함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처가식구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과 함께 살 때도 불편하게 느낄 때가 있는데 장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에 불편함이 없다고 말한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별 무리 없이 함께 살아왔다.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처갓집에서 십 년이 넘게 함께 살다 보니 장모님이 식사시간에 남에 대한 칭찬이나 흉을 늘어놓는 것이 자신의 기분 전환이나 스트레스틀 해소하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장모님의 건강 때문에 더욱 단합해서 같이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처가식구에게 과거보다 더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