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피기를 기다리게 해준다

by 벽난로

우표가 나에게 해준 것 그 세번째로 들국화 기다리기를 써보련다. 왠 들국화 기다리기? 하실텐데 들어보시라.


우선 사실 '들국화'는 특정한 품종이 아니라 들에 자라는 야생 국화류를 이르는 통칭하는 말이다. 들국화 패밀리에 들어가는 꽃들을 망라해보면, 구절초, 산국, 감국, 개미취, 쑥부쟁이, 벌개미취, 지칭개, 개쑥부쟁이 등등이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뭔가 이름들이 다 컨트리틱하며 토속적인 느낌이다. 다른 꽃들은 샤스타데이지, 라벤더, 프리지아, 뭐 고전적으로는 튤립이나 카네이션 등등 뭔가 도도한 도시 이미지들이 있는데 유독 이 들국화 류의 이름들은 분위기가 다 저렇다. 하긴 '들장미'도 마찬가지겠지만, '들국화'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느낌처럼 뭔가 야생스럽고, 들판에 아무렇게나 필것 같은 포스 있는 꽃들인데, 정작 이름이 '프리티', '벨라', '이쁜이' 뭐 이런식이면 살짝 위화감이 들 듯도 하다.

그래서 구절초, 산국, 감국, 개미취, 쑥부쟁이, 벌개미취, 지칭개, 개쑥부쟁이들... 정감있다 ㅎㅎ


이들 '컨트리 보이'들은 색깔, 꽃잎수, 꽃잎 모양 등에 따라 나뉘며 구절초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구절초는 가을에 하얀색~연보라색 꽃을 피우고, 향이 좋고 약초로도 쓰이며 우표로도 발행되었었다 .


구절초 우표(왼쪽), 그리고 쑥부쟁이 우표(오른쪽)

(들국화류 우표)


자 그럼 들국화들이 가을에 핀다는데 고로 때되면 지가 어련히 알아서 안 피겠냐마는, 제목처럼 우표를 틈나는대로 꺼내보며 꽃피기만을 그렇게 기다리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우선...

여러 들국화 사진들 보여드리겠다.


잠깐 ! 스톱 !

뭔가 이질적인 하나가 보였는데...?


그렇다. 사실 제가 이야기하려는 들국화는 꽃이 아닌 현재는 해체상태인 록그룹 들국화 밴드.


살짝 말씀드려보겠다.

우연히 들국화 밴드의 존재와 노래를 알게된 예전 중학생 시절. 여차저차해서 당시 들국화가 장기공연중이던 파고다극장에 갔었다. 파고다 극장은 이름대로 원래 영화보던 극장인데 그후 부활, 시나위등 록밴드 공연장으로 더 유명해진 곳..


'최장기 소극장 공연중'이던 들국화

사진 : 라이브공연 앨범 중에서

전인권 보컬, 허성욱 건반, 최성원 베이스, 주찬권 드럼, 대충 이 멤버.


객석엔 대학생, 직장인 형님ㆍ누님들만 계시고 중딩은 나와 내친구. (고딩 형누님들조차도 없는 분위기...)

자리는 맨앞에서 세째줄. 근데 앞두줄은 음향엔지니어분들 자리라 실질적으로 맨앞줄인 셈


공연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막후에서 들리던 "에~~~~~~" 하던 희한한 소리..

한국 가요사에 남을 전인권님의 목푸는 소리인지 그때는 몰랐지 ㅎ


이제 공연 보기만 하면 된다.


준비됬나요~~

준비됬어요~~


알고 있던 노래들이 쫙 나온다

그것만이 내세상,

행진,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매일 그대와,

오후만 있던 일요일 : 면히 레전드인 곡들....


또 해외팝리바이벌 곡들...

Come sail away (스틱스), He ain't heavy he's my brother(홀리스), For the peace of mankind (알버트 하먼드) ,등등등


사실 내 최애곡은 다른 곡 보다는 덜 알려진 "사랑일 뿐이야"란 곡이었는데..

"어머닌 아마도~"로 시작하는 최성원님의 부드러운 보이스와 "사랑일~~ 뿐이야~~" 클라이맥스 전인권님의 샤우팅의 결합된 노래.


그리고 1부후 몇몇 초대가수들. 후에 작사가로 더 이름을 날린 박주연 씨가 나왔던 기억.


막간에 1집 앨범 들고 전인권님께 싸인도 받고.

어디서 머스마 얼라들이 왔나? 신기한 표정 지어주시던게 기억남

대한민국 100대 명반중 무려 1위에 오른 들국화 데뷔앨범

데뷔앨범 취입당시 기타치시던 분은 위 앨범상의 1사분면의 조덕환님. '세계로 가는 기차'란 신나는 노래를 만드시기도 했는데, 이후 탈퇴하시고 공연때 기타는 대신 손진태님과 최구희님이 담당했었다.

최구희님 싸인해주실때 큰 동그라미 안에 이름쓰시고 공구희라고 드립 날려주시던 것도 기억나고..


자,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거 하나 !


공연도중 막간 토크를 통해 알게된 것이지만,

밴드 이름을 <들국화>로 지은 함의는 마치 피어나는 그 이름 들국화처럼 저항이나 척박한 땅에서의 생명력을 나타낸 것이....

.. 아니고.


뭐? 아니라고 ?

네. 그런 저항의 들국화가 아니었고.. ㅠ

그게 아니면 그럼 뭐야 ??


즉슨

멤버들이 택시 타고 한강다리 건너가며, 그룹이름을 짓는데 누군가가 "들국화" 껌 씹고있어서 그리 정했다는 말씀.

으잉? "그냥 검"?

좀더 느낌 살게 발음하자면 "기냥 껌" ?


그런거였어? 롹스피리트 이런거 아니고?

상남자 저항정신 이런거 아니고?

아 쫌.. 진짜루???


아.. 들국화 형님들 나 살짝 실망해두 될까? 인권이형 이거 밖에 안됐어?


그럼 다른껌 씹었다면 다른이름의 밴드 ?

가령 후라보노. 아, 아직 없을때지.

아카시아.. 이건 그렇다치고.

이브껌이면 이브 ? 언니야 밴드될 뻔 ?


암튼 사연이야 어떻건간에 한국가요 100년사에 굳건한 그 이름

'들국화껌'.. 아니 '들국화' !


2012년에 재결합하여 잠시 활동을 하였으나 2013년에 드러머 주찬권님이 타계하며 그후로 현재까지 12년간 해체상태인 들국화.

하여 우표를 보며, 또 음악을 간간히 들으며 올해 가을쯤에는 다시 피려나 매년 기다리게 하는 들국화.


1집 데뷔앨범 때는 커버 우하단에 노란색 산국(山菊)으로 장식했었는데,

혹시 머지 않은 미래에 이번엔 구절초나 쑥부쟁이, 아니면 감국을 커버에 디자인한 앨범이라도 나올 수 있을까 꿈꿔본다.

들국화는.... 언제 다시 필수 있을까요 ?

-일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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