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숨소설] 버림치 02. 의문점

따숨소설 01

by 연이

서아의 아빠는 자주는 아니었지만, 집에 일찍 오는 날이면 서아랑 몇 시간을 놀아주었다. 서아의 아빠가 얼굴을 망가뜨리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면 그게 그렇게 좋은지 서아의 웃음보가 터졌다. 그런 웃음보의 횟수는 서아의 아버지 사업이 잘되어 가면서 점점 반비례로 줄기 시작했다. 사업은 일손이 많이 들었다 뿐 어숭그러했기에 그 규모가 쉽게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서아의 아빠는 어부렁한 성격 탓에 사업의 규모가 작았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점점 커져 가니 한두 번씩 크고 작은 사고가 터졌다.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며칠씩 안 들어오기가 다반사였다. 그렇게 겨우겨우 해결할 실마리를 가지고 돌아오는 날이면 며칠 밤을 끙끙 앓았다.


서아의 작은 손이 아빠의 이마에 닿자 피곤의 찌든 얼굴에 파인 깊어졌던 골이 잠시 반듯해졌다. 서서히 뜬 눈에 양태 머리를 한 서아가 보이자 비구름이 가득한 날에 햇살이 반짝이듯 밝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맞아주었다. 서아의 아빠는 일어서기도 버거운지 겨우겨우 일어나서는 서아를 자신의 품에 꼭 안아주었다. 아빠의 품의 안퐁한 따스함에 서아도 잠시 눈을 감고 그 느낌을 아주 오래 기억하려 했다.




습기 가득 먹은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땅의 열기가 식어 안개가 흩날리던 어느 날 서아의 아빠 회사의 화물차 운전기사가 그곳을 지나던 어느 노인을 치는 교통사고가 일으켰다. 이 기사는 쓰러진 노파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119로 전화를 하는 대신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는 시신을 끌어 근처의 개천 안쪽 하수가 나오는 곳에 은폐하고는 사라졌다.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40대 남성이 다음 날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다며 인근 파출소로 자수를 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 강모 씨의 진술에 따르면 안개가 자욱해 앞에 도로로 리어카를 끌고 가던 노인을 보지 못하고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노인을 근처 개천 안쪽 하수가 나오는 곳에 유기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강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입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MYT 뉴스 박OO입니다.’


교통사고 소식은 급속히 포털 뉴스 메인에 뜨면서 뉴스 기자가 화물차의 회사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네티즌들은 무슨 보물찾기 놀이처럼 마스킹되었던 회사 로고를 찾아냈다. 악성 댓글이 급속도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법에서 할 수 없는 사회의 악을 처단해야 한다며 마녀사냥을 하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여론을 악화시키면서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었다.


서아의 아빠는 회사 소속 화물차 운전자가 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뉴스가 아닌 극성 네티즌들의 회사로 전화를 계속 해대고 회사 공식 홈페이지를 공격해 다운을 시키면서 알게 되었다. 다음날 경찰 조사 결과 강 씨가 몰았던 사고 화물 차량과 시신 유기한 곳을 둘러본 결과 무혐의로 풀려났다. 화물차가 뭔가를 들이박아 찌그러진 것은 맞으나 시신이 유기한 곳이라고 강 씨가 진술한 곳에는 시신이 아닌 죽은 고라니가 있었고 만취 상태였다고 본인이 얘기했지만, 음주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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