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호칭, 혼란스러운 호칭
주사님, 주무관님
실장님과의 점심식사 후 커피타임은 길지 못했다. 자리에 앉은 지 채 1분도 안 되어서 어색함에 커피 한 모금을 마시던 연이는 울리는 전화를 받으러, 실장님은 점심식사를 하고 올라와 행정실 문을 여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쪽으로 썰물 빠지듯 중앙 탁자에서 빠져나갔다.
"안녕하세요. OO초등학교 연이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화응대요령에 있는 것을 아침 내내 연습한 끝에 아주 자연스럽게 나왔다. 김 주무관님을 찾는 업체 전화였다. A4이면지 5장을 4등분으로 접어 잘라놓은 것을 더블 클립으로 집어놓은 것을 사용할 절호의 기회였다.
부재중 전화 전달사항
1. 일시
2. 발신자
3. 전달사항
위 3가지 사항을 적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보니 실장님은 교장선생님과 또 나간 것 같았다.
그런데, 연이는 궁금증이 생겼다. 실장님이 점심 먹으러 갈 때와 커피 마시자고 했을 때 부른 호칭이 "주사"였다. 이 주무관님이 연이에게 부른 호칭인 "주무관"하고는 달랐다. 무슨 차이인지 몰랐다.
※ 5년 후 연이가 들려주는 호칭(주사님·주무관님)
5년 후 연이 역시 그 당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구글링을 해봤다. 연이가 들어오기 이전의 일이라 검색의 도움을 받았다.(사실 이런 것은 근무를 하는 내부에서도 다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요약하자면 2010년 이전에는 6급 이하 공무원을 '주사'라고 불렀고, 실제 현장에서는 '성 씨 + 주사님'으로 불렀다. 이 이후 '성 씨 + 주무관님'으로 부르도록 권장을 했지만, 수년간 입에 붙은 말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받침이 없는 세 자짜리 호칭은 중간에 받침이 있는 네 자짜리 호칭에게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는 듯 아직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 주무관님과 김 주무관님(5개월 후의 연이의 에피소드)
5개월 후 같이 일하던 직원이 나가고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다. 실장님은 그분에게도 동일하게 '주무관'으로 부르면서 호칭에 혼선이 생겼다. 성이 같았다. 김 주무관님이 2명이 되었다. 실장님이 '김 주무관'이라고 하면 연이를 처음 맞이해준 '김 주무관님'이었고, 실장님이 '김 주무관님'이라고 살짝 님을 길게 빼면 새로 들어온 직원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이에게는 둘 다 '김 주무관님'이었기에 한참을 고민했다.
관행상 '성 씨 + 주무관'으로 부르는 것이었기에, 이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성과 이름을 모두 말하고 주무관님을 붙여 부를 수 있었지만, 급하게 부를 때는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연이는 고민이 되었다. 틀을 깰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시도였고, 혼이 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성 씨 대신 '이름 + 주무관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OO주무관님~~~ △△주무관님~~~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그들도 연이가 부르는 소리에 익숙해져 갔다. 그렇게 나름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