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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Jul 16. 2021

[교행일기] #12. 접수 vs 게시

공문이 시달되는 두 가지 경로

접수, 게시?


"김 주무관, 올해 예산편성지침은 접수에 있어, 게시에 있어?"


실장님이 김 주무관님에게 뭔가를 묻고 있다. 연이는 분명 위의 말을 들었는데, 3가지 단어가 의미를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예산편성지침, 접수, 게시


예산편성지침은 예산을 편성하는 지침을 말하는 것 같고, 접수·게시 이 두 개의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알고 있으나 뭘 의미하는지는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실장님, 게시에 있어요."


김 주무관님은 이걸 알아듣고 답을 했다. 연이는 궁금함이 앞섰지만, 급여 작업 중이어서 일단 메모만 해놨다.

연이가 메모를 했다는 것을 까먹을 때 즈음 통장에는 알 수 없는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거래내용은 '대체', 거래기록사항에는 'OO교육청'이었다. 입금에 대한 단서가 없었다. 이 주무관님을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채팅창을 열었다.


"이 주무관님~~~ 은행에 돈이 들어왔는데요. 교육청에서 들어온 돈인 것 같은데, 이게 뭘까요?"

아주 묻는 것도 영 시답지 않게 물었다. 연이는 이곳에서는 '아기'에 가까웠다.

"아, 그거 게시에서 "배정"으로 검색하면 있을 거예요?"

"게시요?"

아침에 실장님과 김 주무관님이 얘기하던 그 '게시'였다.


"업무관리 처음 들어가면 나오는 공문들이 모두 게시 공문이에요. "더보기"를 눌러서 거기에 "배정"으로 검색해요."

이 주무관님도 아차차 싶었는지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5년 후 연이가 보내온 "게시 공문을 볼 수 있는 공문게시판"

이 주무관님의 말에 따르면 배정으로 검색해서 안에 있는 엑셀 파일을 열어 OO초등학교를 검색하고 은행 입금액과 같은 금액이 있으면 그게 그와 관련된 공문이라고 했다. 열심히 검색을 했다. 나름 연이는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 민간자격증이기는 했지만 "정보검색사 2급, 1급"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자격증으로서는 취업에 쓸모가 없었지만, 여기서 발휘되는구나 생각하니 뿌듯했다. 찾았다. 일종의 보물 찾기와 같았다. 덤불 밑, 나뭇가지 위, 깨진 기왓장 밑, 누렁이 집 안의 담요 밑. 그렇게 숨겨놓은 공문을 빠르게 검색하여 찾아내는 일종의 놀이 같았다.


'아, 그런데, 게시는 알았는데, 접수는 뭐지?'

연이의 궁금증을 커져갔다. 점심을 먹고 김 주무관님이 일하는 상태를 봤다. 연이는 물어보기 좋을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김 주무관님이 차 한 잔을 타러 가는 타이밍이 절호의 기회였다.


"김 주무관님~~~ 궁금한 게 있어요? 실장님하고 아까 아침에 말한 게시랑 접수 중 게시는 이 주무관님 통해서 알았는데요. '접수'는 어디서 볼 수 있어요?"


김 주무관님은 문서등록대장이라고 알려줬다. 문서등록대장이면 아까 업무관리에서 뭐가 있나 눌러보다 본 것 같았다. 이것저것 다시 눌러보다가 또 찾았다. 거기에는 수많은 공문들이 들어와 있었다.

5년 후 연이가 보내온 "접수공문 볼 수 있는 문서등록대장"

오늘도 두 개를 알았다. 사회인·일반인 연이가 교행직 연이가 점점 되어가고 있다. 연이의 입에 궁금증이 커져갈 때마다 "그런데"가 자꾸 나왔다. '이것은 이래서 알겠는데, "그런데" 저건 뭐지?' 이렇게 말이다.




위험천만 아이들 놀이


학교가 언덕을 깎아서 져서 그런지 운동장이 교문보다 높이 있었다. 그러면서 교문에서 운동장 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스테인리스 손잡이를 달아놨는데, 학생들은 정상적인 계단이 아니라 반대편 좁은 면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운동장까지 이어진 계단은 1층 높이라 떨어졌다 하면 안전사고가 불을 보듯 뻔했지만, 학생들은 1명이 성공을 하자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누가 선생님에게 말했는지 선생님과 배움터지킴이 초소에 있던 지킴이까지 나와 한바탕 학생들을 내려오게 하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날 실장님은 사회복무요원에게 빨간색 "위험"을 몇 장을 인쇄하게 하고는 코팅하여 스테인리스봉에 붙이게 했다. 교감선생님의 귀에까지 들어갔는지 각 학년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계단 오르기 시합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성인이 된 우리의 눈에는 그곳으로 오르리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다른 시각에서 보는 학생들에게는 놀이를 할 수 있는 그 좁은 공간이 보였나 했다.


그러고 보니 학교 여기저기 안전과 관련된 안내표지판이 달려 있었다. 계단 난간에는 "타고 내려오지 말 것", 복도 여기저기에는 "스케이트 놀이 금지", 미끄럼틀에는 "숨바꼭질 금지"

그래도 학생들은 몰래몰래 이 모든 것을 한다. 몰래 하다가 연이를 보고는 멈칫하더니 인사를 하고는 내뺀다. 다치지 않게만 학교에서의 추억을 쌓았으면 한다. 그저 안전하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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