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도전
지글거리는 태양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시간이 되자 연이는 엄마와 산책을 나왔다. 말매미는 해가 졌는데도 서로가 경쟁하듯 소리가 증폭되어 산책로로 가는 길까지 귀를 틀어막고 가야 할 정도로 심했다. 횡단보도의 파란 신호등이 켜지자 기다렸던 사람들이 우르르 앞다투어 대로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갔다. 도로는 아직도 저 산 너머로 넘어간 태양의 열기를 머금은 듯 차량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맞물려 연이와 엄마를 덮쳤다. 얼굴로 다가오는 열기는 마스크를 넘어 들어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수변로까지 오자 낮시간에도 나무 사이에 있던 푹신한 산책로는 도로와 대비될 정도로 시원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있는 수변로 산책길은 연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했다. 4월에는 벚꽃이 피어 아름다움을, 지금 같은 7월 말부터는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 덕분에 그늘이 지어져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안겨줬다. 저마다의 스타일로 산책을 즐겼다.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나온 모녀도 있었고, 낮시간 동안 열기 때문에 나오지 못했던 꼬마들이 씽씽이를 타고 가다가 뒤에 오는 엄마 아빠를 한 번 흘끗 보고 또 내달리기도 했다. 느긋느긋 하게 나란히 걸어가는 노부부도 있고, 살과의 전쟁을 위해 이 더운 여름에 땀복을 입고 나온 아저씨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연이도 엄마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꺼낸 말에 연이는 조금, 아니 많이 깜짝 놀랐다.
"연이야, 엄마가 자전거 타고 싶은데, 가르쳐줄래?"
수변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수변로 건너편으로 경인 아라뱃길로 가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엄마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타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나이 70대 중반에 자전거를 타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이에게도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연이가 누구를 닮았나 했더니 엄마였다.
연이는 바로 자전거 타는 법을 네이버·구글에 검색해봤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도 봤지만, 엄마한테는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 70대 엄마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엄마를 위해 뒷자리 안장을 자전거 대리점에 가서 장착하고 왔다. 연이는 해가 넘어가자 한적한 공터로 나와 엄마와 자전거 타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렇게 엄마의 특별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시작하자마자 난항에 봉착했다. 대부분 TV에서 나오던 뒤에서 잡아주는 방법도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엄마는 구르기 위해 허리를 움직였고, 허리가 움직이니 자전거 핸들이 돌아갔다. 이렇게 해서는 엄마가 원하는 그런 자전거는 탈 수 없었다. 연이는 엄마랑 고민을 했다.
"엄마는 왜 자전가가 타고 싶었어?"
"슁슁 달리면 그 바람이 살결에 닿는 게 신날 것 같아서."
연이의 엄마답게 시적으로 말했다.
연이는 좋은 생각이 났다며 엄마에게 구르지 말고 핸들만 움직이라고 했다. 대신 연이가 뒤에서 미는 방식으로 엄마가 중심이라도 잡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려 했다. 의외로 이게 효과가 좋았고 그렇게 30분을 타니 엄마의 허리는 곧게 펴져 있었고, 중심도 잘 잡으셨다. 무엇보다도 슁슁 달리는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연이는 뒤에서 밀어드리면서 살짝살짝씩 보이는 엄마의 아이처럼 신나 하는 모습을 봤다. 연이가 공무원이 된다고 늦은 나이에 도전을 하고 최종 합격했을 때의 그 아이처럼 신나 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하루하루 일처리 하기 급급해하는 잔뜩 쪼그라든 커피물이 든 쭈글이 책처럼 되어 있었다. 엄마처럼 이 나이에 특별한 도전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엄마, 꽉 잡아요. 슝~~ 갈 테니까."
아주 잠시 동안 연이의 손을 떠나 엄마와 자전거는 순항했다. 연이가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높이에서 있었지만,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연이는 순간 자신도 이 자전거처럼 아직 순항할 속도가 되지 않아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했다.
'연이야, 정상 속도의 궤도에 오를 때까지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