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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18. 2021

[교행일기] #44. 마지막 선물

마지막 선물


2016년 1월 1일 자로 OO초등학교에 발령받은 사람은 실장님, 교감선생님, 연이, 마지막으로 영양사님이었다. 각급 학교에 배치받아 근무하는 영양사는 영양교사, 교육감소속 근로자인 영양사, 지방공무원인 영양사가 있다. 연이랑 같이 발령을 받은 영양사님은 행정실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과 같은 지방공무원인 영양사였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영양사님이었는데, 집과 참 먼 곳인 여기로 발령을 받아서 아침 출근이 정말 빠듯해했다. 몇 개월 간 지하철과 버스로 출근을 하다가 긴 시간 서서 오가면서 다리에 무리가 갔는지 어느 날부터 병가를 내고 못 나왔다. 연이가 의원면직을 가슴에 품었을 그 무렵부터 병가에 들어간 영양사님은 끝내 다리 수술까지 하게 되었고, 재활을 위해 질병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연이에게는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 전체의 맛있는 급식을 책임져 주는 고마운 분이라 여간 아쉽고 섭섭한 게 아니었다. 더욱이 점심을 먹으러 오는 연이에게 살갑게 대해준 영양사님이기에 더욱 마음이 헛헛했다. 영양사님의 다리 수술은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회복을 해야지만, 다리 수술이 가능했는지 한동안 수술 날짜를 잡히지 못했다. 10일가량 더 흘러 겨우 다리 수술 날짜가 잡히자, 질병휴직 관련 서류를 내러 들른다고 메시지가 왔었다.


그 메시지가 연이의 기억에 잊힐 무렵, 아침에 행정실 문이 살짝 열렸다. 연이는 얼굴을 보자마자 한 걸음에 누군지 알아채고 달려 나갔다. 아픈 다리로 뭔가를 두 손 가득 들고 오시는 것이 어째 불안했다. 영양사님이 가지고 온 것을 연이가 받아 들어 행정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자를 빼드렸다. 실장님과 김 주무관님과의 얘기를 나누도록 자리를 피해 주고는 연이 자리로 왔다. 얘기는 금방 끝났다. 


영양사님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등 나머지 교직원들과 만나러 올라갔다. 1시간쯤 뒤에 이제 간다고 다시 행정실 문을 열었을 때 영양사님은 잠시 연이를 따로 불렀다. 연이는 살짝 다리를 저는 영양사님과 교문 쪽으로 내려가면서 얘기를 나눴다.


"수술 날짜 잡히셨다면서요?"

"암요. 의사 선생님이 날짜 안 잡아줘서 참 난감했는데, 이제 쉴 수 있는 기간도 없는데, 다행히 딱 맞춰서 잡아줘서 다행이지요. 행정실 근무는 좀 어때요?"

영양사 선생님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런 연이를 보며 손을 잡아주고는 말을 이었다.

"힘든 거 알아요. 매번 점심 먹으러 오면 낯빛이 어두워서 걱정 많이 했어요."

영양사 선생님도 다 아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울컥 눈물이 고였다.

"수술이 잘 될지 모르지만, 아마 이곳으로 다시 근무하러 오지는 못할 것 같아서 미리 인사하려고 나오라고 했어요."

다시 못 온다라.... 연이는 마음이 먹먹해졌다. 영양사님은 다리 수술이라 어떻게 될지 몰라서 명예퇴직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담담하게 연이에게 들려줬다. 연이의 이모와 나이도 비슷하고 연이에게 잘해주고 챙겨주셔서 많이 의지했었다. 그런 분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뭔가 쑥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교문 옆 주차장까지 내려온 영양사님을 보자 차에서 누군가 내렸다. 그 차에서 뭔가를 하나 가지고 나온 영양사님은 연이에게 내밀었다. 직접 손수 만든 빵이라면서 연이 어머니 가져다 드리라고 했다. 옛날 어른들이 좋아하는 술빵이라고 했다. 건포도가 고명으로 얹어진 노란 술빵이 먹음직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났다. 언젠가 영양사님 앞에서 엄마가 술빵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것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에 엉거주춤 받은 술빵에 연이의 마음은 더 아렸다. 


차를 타고 교문을 빠져나가면서 손을 흔들며 잘 있으라는 영양사님을 연이는 배웅하며 마지막 인사를 느리고 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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