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Aug 22. 2021

[교행일기] #48. 파랑버스와의 이별

파랑버스와의 이별


아침부터 시작한 급여 밑작업이 오후까지 이어졌다.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데, 도저히 지금 머리 상태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 근무하기 전에는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를 이제 제법 마신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려 가끔 그 심장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릴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면 마시면 안 되는 건데, 집 나간 정신을 데려오려면 커피의 기운이 필요했다. 커피를 타려고 종이컵에 커피믹스를 따서 넣고는 정수기의 뜨거운 버튼을 눌러 종이컵을 가져다 댔다. 티스푼으로 휘이휘이 젓기를 20번 정도 하니 커피가 딱 마시기 좋은 커피믹스의 본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서 날 마셔줘 하는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연 주무관님, 혹시 인천 2호선 타봤어요?"


2009년에 6월에 착공을 해서 2016년에 7월 말에 개통한 인천 2호선을 두고 김 주무관님과 솔이 주무관님이 대화를 나눴다.


"어제 개통식 하고 무료시승까지 했대요."

"저도 뉴스 봤는데, 롤러코스터 구간이 있대요. 이거 봐요. 누가 사진을 찍어서 올렸어요."

"신기한 것은 무인 자동운전으로 운전실이 따로 없대요."


연이는 2호선을 타더라도 갈아타야 해서 출퇴근 수단으로 생각지 않았었다. 처음에는 개통 초기에 흔히 있는 전동차 멈춤 사고가 있었다. 한 달이 지나자 안정화가 되었고, 사람들이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한여름이 오자 파랑버스를 타기 위해 10분에서 15분을 걸어가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땀벌창으로 옷이 축축해져 찝찝했다. 멈춤 사고도 줄고 이용객도 많아졌다고 하니 학교에서 집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을 재어보기로 하고 시험 삼아 타봤다.


일반 지하철역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지하철의 차량수가 두 량이고, 진짜 운전실이 없었다. 지하철의 진동보다는 레일이 휘어진 각도에 따른 바퀴의 마찰음이 꽤나 컸다. 10분 내로 1차 환승역이 나왔다. 공항철도를 타고 다시 인천 1호선을 타고 집까지 오는 시간은 파랑버스를 타고 다니는 시간과 비슷했다. 하지만, 지하철을 내려 집까지 걸어오는 길만 빼고는 쾌적하게 집에 오니 나름 괜찮은 출퇴근 수단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당분간은 파랑버스와 이별을 하고 전철로 출퇴근을 해야겠다.


무엇하나 허투루 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8개월 간 다리가 되어준 파랑버스와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저 무생물인 파랑버스는  연이가 하루하루 의원면직을 가슴에 품을 때도 다시 마음을 다잡을 때도 언제나 이곳 OO초등학교로 이끌어주었다.


사고 한 번 없이 무사히 데려다줘서 고맙다. 파랑버스.

이전 17화 [교행일기] #47. 방학이 싫은 3가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