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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23. 2021

[교행일기] #49. 수신처 사건

수신처 사건 1


연이는 오늘의 할일을 달력을 보고 업무일지 옮겨 적었다. 오늘은 바쁘지 않고 할일만 제대로 하면 딱 적당한 날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교무실에 갔다가 오면서 화장실을 들러 나오는데, 김 주무관님의 다급한 전화가 왔다.


"연 주무관님, 혹시 인건비 공문 보냈어요? 청에서 전화가 왔어요."

연이는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발송처리를 한 기억이 없었다. 아차차, 발송처리를 해야 청에서 받는데, 그걸 놓쳤네 하면서 행정실로 급하게 돌아와서 발송처리를 하려고 문서를 찾았다.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마음이 두근반 세근반 심장이 터질 듯하고 식은땀은 어느새 흘러 등을 타고 흘렀다.

'분명 공문을 작성했는데, 그리고 실장님도 결재해준다고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이상하다.'


전자문서는 모두 문서등록대장에 쌓여 있다. 거기서 연이가 작성한 공문을 찾을 수 있었다.

'봐봐. 있잖아.'

나름 찾은 것에 뿌듯했다. 어라,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앞에 파란색 화살표가 없다. 그렇다는 건 설마 아니겠지?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청에 보낼 문서를 떡 하니 문사를 받을 곳인 수신처를 찍지 않아서 교장선생님까지 결재가 난 학교 내부문서가 된 '내부결재' 형태가 되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실장님에게 말씀드리고 똑같은 공문을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수신처 사건 2


인건비 공문을 한 번 더 작성을 하고 교장선생님까지 결재가 나고 발송처리함으로 들어오자 발송을 완료했다. 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업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가 넘어가는데, 청에서 쪽지가 왔다. 인건비 담당주무관님이다. 공문이 도착을 안 해서 쪽지를 줬다는 것이었다. 아, 이건 또 뭔가? 마음이 믕게뭉게 피어 올라 바빠졌다. 분명 이번에는 발송처리까지 했는데... 담당 주무관님에게 알아보고 쪽지를 드린다며 빠르게 문서등록대장을 검색했다. 파란색 화살표도 있고 발송처리도 되었다. 연이가 뭐가 문제인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부산스럽게 당황하고 있는 것을 본 솔이 주무관이 연이에게 말을 걸었다.


"솔이 주무관님, 이상해요. 분명 청으로 보냈는데, 문서를 못 받았대요."

솔이 주무관님은 연이가 설명하는 수신처를 한참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연 주무관님, 근데, 우리 청이 동부예요?"

"네?"

동부라니, 동부가 아닌데. 솔이 주무관님이 손으로 찍고 있는 부분을 보니 진짜 '동부'였다. 아뿔사. 인건비 공문을 받는 과를 찾기 버튼을 통해 눌러서 찍는 바람에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인건비 공문을 몇 번 또 작성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동부의 인건비 담당주무관님에게 쪽지가 왔다. 사정을 말씀드리니, 확인처리만 한다고 했다. 실장님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빨리 하려고 서두른 탓에 더 늦어졌다. 시설을 보고 들어온 실장님은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실장님에게 말을 해야지 공문을 청에 보낼 수 있으니, 떨어지지 않는 발을 애써 떨어뜨려 실장님에게 다가섰다.

"실장님~"

사정을 말하니 결재 올렸냐며 물었다. 의외로 쿨하게 실장님은 결재를 해주셨고, 교장선생님에게는 본인이 얘기해준다면서 전화를 직접 걸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수고스럽게 하고 공문을 겨우 보낼 수 있었다.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연이는 이번 일로 빨리 하는 것보다 한번에 정확히 하는 것을 더 중요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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