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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숲 May 03. 2024

다이어트는 수단일 뿐!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데 3년...

다이어트를 3년째 하고 있다.

예뻐지기 위해서라기 보다,  살고 싶어서!  잘 살아 보려고! 


만삭 76kg 에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63kg까지 자연적으로 감량이 되었다.

허름한 옷가지, 색상 조합 따위는 생각지 않은 코디, 그저 몸뚱이에 들어가면 계절만 바뀌어 반팔이든 긴팔이든 걸치고 다녔다는 것이 맞겠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살이 쪘다는 둥, 관리하라는 둥의 말은 들은 적이 없이 지냈다.

아가씨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 낳고 육아하고  일하고,  나에 대한 시간을 하나 둘 양보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놓아버리는 순간이 와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인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으려 하는데 거울에 비친 나의 몸뚱이는 나조차도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신거울을 구석으로 몰아놨다. 전신 거울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행위는 거울이 아니라 나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거더라..

나 자신을 내가 봐주지 않으니 세상만사 재미가 없어졌다, 그 후에는 사람의 활기가 없어지고, 자신감이 하락하더니 말하나도 자신 있게 못 하는 바보가 되었다.



' 아...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천치가 되겠다...'


마음이 구석탱이에 갇혀 있으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생기지 않았다, 나를 두고 따로 돌아가는 다른 나라 대하듯 살았다. 아이를 키우다 일을 해야 될 상황이 되어서 직장을 구하는데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니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아  이런저런 직장에 출근을 했다가도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나오기 일쑤였다.  



' 이건 아니야.. 나를 제대로 보고 다시 생각하자'


첫 출근 2시간 만에 죄송하단 말을 내뱉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 먹을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다시 집구석에 틀어박혔다.

'문제가 뭘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

라는 덩어리를 놓고 뜯어보기를 시작했다.  면접장에서부터 꾸며진 지원자들로부터 기가 죽은 나를 시작으로 기가 죽었을까를 생각했다.


1. 몇 년 동안 꾸미고 가꾸지 않은 나는 내가 봐도 안 예쁘다.

2. 요즘 회사들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찾는지에 대한 파악이 안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르겠다.

3. 막상 직장에 들어간다 한 들 업무를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4. 나는 지금 나이가 많아 찾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5.  막상 취업을 했는데 적응을 못하고 나오게 되면 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이길 자신이 없다.



결론 = 나는 나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없다.


막상 육아맘에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은  설렘보다는 공포감이 크게 다가온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까?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하는 거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 다이어트 시작 전 나의 모습 - 이것도 나름 감량이 된 모습이었다.>



당장 2개월 3개월 내가 안 번다고 안 굶어 죽는다.

'자격증을 준비할까? 아니야 아이들 때문에 집중도 못하고 금방 포기할거 같아'

일단 바닥에 내려앉은 자존감부터 끌어올려야 뭐라도 하겠구나 싶어 제일 먼저 시작한 게 다이어트 였다.

100일만 해보면 달라져도 뭐든 달라 지겠지 !


*헬스를 할까? = 돈이 든다.

*요즘 필라테스를 많이 하던데 나도 해보고 싶다 = 비싸다, 막상 결제 해놓고 준비 안된 몸으로 따라가는  게  힘들 수도 있겠다.

*단지를 뛸까? = 이미 무거운 몸무게를 감당하긴 무릎에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창 해야 하나 하는 생각 끝에  베란다에 방치해둔 전에 실내 자전거가 생각났다. 화분 받침이나  걸이로 사용되던 자전거는 드디어 역할을 시간을 맞이했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운동을 하러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땀 흘리며 용을 쓰는 내 모습을 아무에게도 안 보여도 되겠다 싶었다.  


오랜 시간 방치해 색까지 노랗게 빚 바랜 자전거를 타는 나의 체력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다.

 20분도 체 타지 못하고 헉헉거리며 겨우 페달을 굴렀다.

'다른 운동을 할까? 아니야 이것도 못하는데 다른 건 뭐 제대로 하겠나.... 그냥 타자 .'

이어폰에 신나는 노래를 틀고 생각을 놓기로 했다. 그저 페달을 굴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을 탔다.

 한 달 정도 되니  40분을 탈 수 있는 체력이 되고, 두 달 차에는 1시간을 쉬지 않고 탈 수 있는 체력까지 올라왔다. 3달 차부터는 오래는 아니더라도 짧게 짧게 인터벌을 할 수 있는 체력까지는 갖추게 되었다. 

63kg의 몸무게는 일주일 만에 60kg으로  4주 차에는  58kg -> 56kg까지 내려왔다. 


예뻐지겠단 목표는 아직 먼 이야기 일뿐,  바닥에 처박힌  나를 살린다는 목표로 페달을 밟으니 차라리 힘들게 다이어트를 했던 아가씨 때 보다 마인드는 편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아도, 사이즈에 연연하지 않아도 됐다. 그저 조금씩 변화하는 나만 보기로 했다.

2달 차가 되니 변화하는 모습에  슬슬 자존감이 올라왔고, 뭐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다이어트에 탄력이 붙고 식단도 시작했다. 


남들 다 먹는 샐러드, 닭 가슴살 말고!  

돈 덜 들고 신경 덜 쓰고  다이어트 식단 갖지 않은 식단을 해보자!

일단 안 먹는건 못하겠고, 샐러드 챙기려면 돈이 많이 드니 일반식을 하되, 대신 저녁을 줄이는 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니 저녁은 단백질 셰이크에  너무 배가 고프면 계란이나 방울토마토를 먹어주자!


그래서 아침, 점심은 일반식, 저녁만 셰이크로 먹었다. 운동과 식단이 병행되니  변화의 속도도 가속이 붙었다. 55kg에서 금방 52kg이 되고 한동안 정체기가 왔다. 

상관없었다. 이미 변화한 내 모습만으로 충분했다.  안 빠져도 그만이고 이대로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저  어제와 같은 루틴을 오늘도 반복하며 가끔 저녁 외식도 하고, 운동량으로 조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보다는 정해진 루틴을 반복하니 몸의 변화가 계속되었다.

 48kg 되더니  어느덧  46kg가 되었다  몸무게와 상관없이  그저 눈으로 변화되는 나에게만 집중하던 다이어트에서 이제는 예뻐지는 내 모습을 목표로 3년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체중계 볼 때마다 뿌듯 해하고 있다.)

3년째 다이어트를 하며 그동안의 나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고  나름의 방법으로 살림을 하고 육아를 하며 꽤 만족하는 나의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아가씨 때도 입던  바지 24인치를 입던 날  생각했다.

' 예뻐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고 내가 살려면, 다이어트는 계속해야 되겠다! '


변화하는 나의 모습을 시작으로 자존감이 서서히 회복되는 경험을 한 것이 나를 살렸다. 

꼭 다이어트를 하세요! 가 아닌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시발점이 다이어트일 뿐, 

사람은 자존감을 떠받칠 수 있는 디딤돌 같은 무언가가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이어트의 성공을 매개로 최근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은 일들이 자꾸만 생겨난다.

자꾸만 변화하는 나를 만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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