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아, 나를 사랑하긴 하는거야?!
드디어 병이 났다.
반성해라. 나 자신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최선이 되어야 주변을 잘 돌볼 수 있지 않느냐고 그렇게 다그치며 살았던 나.
속이 시원하니?
최선이야?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거야?
다시 생각해.
" 위염하고 장염이 같이 왔네요, 약 3일 치 처방 해드릴게요 드셔보시고 3일 후에 다시 봅시다."
"......."
간헐적 단식이 원인인 걸까? 아니면 저녁밥 대신 먹은 셰이크의 영향인 걸까?
둘 다였겠지.
자존감을 되찾겠다며 선언한 다이어트의 영양으로 시작한 간헐적 단식, 그리고 하루라도 빠르게 결과를 얻어보겠다고 시작한 저녁밥 대신 셰이크를 먹는 식단은 결국 사달을 냈다.
호기롭게 시작한 나의 다짐은 하루하루 치여가는 시간과의 전쟁 속에서 간간이 붙잡고 있는 동아줄 같은 거였다.
전날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점심 12시까지 먹지 않고 12시가 넘으면 가볍게 채식으로 시작 1시에 점심 식사로 현미밥과 나물 등의 식사를 하고 오후 4시에 간식은 간단히, 퇴근하고 집에 와서 7~8시 사이 셰이크로 저녁 마무리.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나의 하루가 아니라 나의 자존감을 지켜내기 위한 작은 성취감을 수시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나의 작은 계획.
작은 성취들이 모여 내려가는 몸무게로 만족을 느끼던 나날들은 나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큰 테두리의 방향은 나를 사랑하자는 거였는데 방법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16시간의 공복 후 처음 들어가는 음식물이 무거우면 탈이날까 싶어 채식을 해야 겠단 생각으로 집어든 과일들 (자두, 사과, 토마토 -> 산이 많은 과일) 은 결국 염증을 키웠다. 삶은 채소를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침시간이 전쟁인 나는 채소를 삶을시간도 그 채소를 챙겨들고 올 시간없이 냉장고 문을 열면 바로 집어들 수 있는 과일이 최선이었다. 나름 열심히 한다며 저녁으로 쉐이크를먹고 땀을 뻘뻘 흘리는 유산소까지.... 결국 장내 밸런스는 깨졌고 장염까지 덤으로 얻었다.
아파서 일을 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름의 건강미를 자랑하던 사람이었는데 나의 건강미 커리어에 흠집이 생겼다. 덩달아 건강미의 자존감마저 하락했다.
아무리 아파도 몸을 끌고 걷는 것 까진 가능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기운이 달리는지 숨을 쉬는 것도 어렵고 식은땀마저 나더니 몸을 옴짝달싹 못했다. 결국 아이들 아빠가 자고 있는 방까지 몇 발자국을 못 떼서 옆방으로 전화를 걸었다.....(나이를 먹는 건가...)
놀라서 온 애들 아빠는 열을 재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왜 하필 오늘 아프냐... 오늘 자리 못 비워서 연차 못쓰는데... '
" 어쩔 수 없지 뭐... 나가봐."
" 괜찮겠어? "
" 못 쉰다며!! "
"........"
"어쩔 수 없잖아..... 한숨 자고 일어나서 병원 다녀올게."
퉁명스러운 대답이 쏟아졌다.
쏘아붙여놓고도 내가 왜 이러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운한 마음에 그런 것 같은데 이게 맞나 싶다.
내 잘못이잖아.
내가 나를 잘 못 돌봐서잖아.
나조차 나를 막 몰아붙여 놓고서 누구한테 서운함을 느끼는 거야.
이거 맞아? 최선이야?
정말 누구를 위한 거였는지 ...
계획 재수정이 필요하다.
일단 약부터 먹자.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