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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숲 Aug 22. 2024

실패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흔들리고 흔들렸더라도 작아졌다가 다시 타오르는 촛불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길.


사람이 안 지칠 수 없지.

사람이 쭉 한길로만 갈 수 없고, 흔들리기도 하는 거지.

한 시절 타올랐던 무언가였구나 흘려보내다가도 

문득 아직 꺼지지 않은 자신의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날이 있듯.

그래도 지칠 때쯤이면  내 자리다 싶은 곳으로 돌아와 

잘 도착했구나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삶이길.







감히 실패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서 후회하는 나란 사람.

욕심도 많지, 염치도 없지 자격조차 없는 주제에...

게다가 미련도 많은 미련퉁이라 쉽사리 포기도 못한다.


2015부터 2017년까지 작가 교육원 수업을 같이 들었던 언니가 오랜만이라며 연락을 해왔다.

잘 지냈냐, 요즘 뭐 하고 지내냐,  뻔한 인사치레 후 본론으로 나온 이야기는 나란 사람의 머릿속에 소용돌이 가 몰아치도록 큰 파장을 일기에 충분했다.


분명 열심히 살았던 사람, 열심히 수업 듣고 일도 하고 했지만 작품은 무난한 정도로 평가받던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열심히 글을 쓰던 사람, 언니는 그랬다.

그 때문이었을까? 우연한 기회에 덤벼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번에 어디 어디 공모전 한다더라,  누구 선생님의 어떤 작가가 보조작가가 필요하다고 하던데 너 해볼래?라고 물어도 단박에 그러겠다고 대답 한 적을 본 적이 없이 그저 합평하기 당연히 제출해야 했던 과제만 하던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역시 사람의 단편만 가지고는 사람의 모든 시간을 이렇다 하고 속단할 수 없지...

꽤 여러 번 여기저기 공모전에 참여한 끝에 어떠한 공모에 당선이 되었단다. 그 후 당선 소식을 알게 된 협회의 누군가가  같이 작품을 해보자고 연락을  해왔고 당선이 되고 나서도 딱히 본인의 방향을 정하지 못하겠다 싶어서 하게 되었는데  그 우연히 연락이 닿은 그 사람이 실은 엄청 유명한 필명으로 활동을 하는 사람의 보조 작가 였고 같이 할 작가를 구하는 중이었다고... 지금 그 언니는 그 자리에서 입봉 작을 열심히 쓰고 있다는 소식...


"우와! 축하해요 언니! 언니는 될 줄 알았어, 제일 열심히 했잖아요! 늘 앞자리 앉아서 과제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도 칭찬하시고, 언니는 글 써야지 "


" 고마워. 나는 네가 더 먼저 될 줄 알았는데, 너 요즘 뭐 하고 지내?!  회사만 다녀? 시간 좀 있을까? 나 이번에  들어간 작품이 너무 바빠서 다른 거 할 염두가 안 나는 거야! 같이 하자는 사람은 연락은 오는데, 주변에 추천할 사람 있으면 하라는데 딱 네가 생각이 나서 연락해 봤어! "

 

"아...., 너무 고마운데 언니 저 자신이 없어요,, 애들도 어리고, 지금 글 안 쓰고 넋 놓고 산지가 오래돼서 감 잡으려면 오래 걸릴 거 같아요 미안해요 언니"


" 아 상황이 못 움직이겠네. 그렇구나... 어쩔 수 없지 모 알겠어! 애들 좀 키워놓고 얼른 나와 "


" 네 그럴게요, 조만간 밥 한 번 먹어요! 유명해지기 전에 ㅎㅎ"


그렇게 나는 우연히 닿을 수 있는 기회를 놓아버렸다.


'정말 기회였을까? 나 아닌 누군가는 그 기회를 잡았겠지?'

'대책 없이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면 난 견뎌 냈을까?'

'이겨 냈으면 어땠을까 난 더 성장을 했겠지?' 

'아니야, 내 것이 아니었어. 다음에 또 오겠지.'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나 스스로에 대해 실망할까 봐, 결국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놓아버리게 되면 다시는 글 쓰는 일을 쳐다도 보지 않을까 봐 무서움이 먼저였던 마음에 스스로 놓아 버리고는 미련이 남는다

바보.

스스로에게 자신 없음이 밖으로 표출되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음은 내가 그만큼 노력을 안 했다는 증명이다.

그래놓고 미련이 남음은, 아직 나 나신이 하고 싶다는 일이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반성해야 한다.

다시는 쳐다도 같이 열심히 했다고  마냥 묻어두었던 시간들이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는 것은 모르지 않았다. 외면하고 그저 한때 뿐이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조금 있으면 10년이 될 인연, 그동안 스스로를 갈고닦은 자와 스스로를 외면한 자. 

당연한 결과인데, 눈으로 보고 나니 많이 쓰다.


스스로 꿈 이루기는 실패했다고 생각해 보려 했으나, 감히 실패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 것도 안될 거 같다.

실패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있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을 목표에 후회 없이 태워본 사람이지 않을까?

나는 후회 없이 나 스스로를 태워본 적이 있었나? 밤을 지새워가며 갈고닦아 본 적이 있었나?

쉬이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실패 다운 실패를 해야 미련이 없을 텐데, 아직 나는 확실한 실패를 해 본 적도 없다. 

가끔 작심 3일 내지는 작심 3개월 정도로 미적지근하게 타오르면서 뜨문뜨문 쓰는 일을 그만둔 적은 없는 사람으로 어디 한 군데 작정하고 덤벼 본 적도 없으니... 그래놓고는  꿈만 욕심쟁이로 살고 있다.

'실패를 딛고라는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실패는 성공까지 오는 시간에 그저 한 구점이었을 뿐' 

이라는 문장을 쓰는 그날이 나에게도 올까? 


생각할수록 꽤 많이, 여러 번, 그냥 공모전에 글을 넣었다는 언니의 그 말이 실로는 부단히 노력했을 실패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단하기도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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