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한곳에 꽂히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타입인 사람이다. 때문에 노래도 한 곡에 꽂히면 그 곡만 여러 번 듣고, 음식도 한 가지에 빠지면 여러 날 그 음식에 들어간 재료로 만든 음식들만 먹는다.
어떠한 한곳에 빠져드는 기분, 느낌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가끔 잘못된 방향으로 한 번 꽂히면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쓰이게 돼서 하루를 다 날려 버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아주 고약한 하루가 된다.
87년 0월 00일생 오늘의 운세
-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구나!
-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다 오늘의 운세를 들어야 보는 사람. 나.
오전에 본 운세는 그날 하루를 몽땅 관여한다. 이게 아주 고약한 습관이 되는 날이 있다. 때문에 더없이 나이스 한 날을 보내기도, 여느 날은 시들시들한 풀떼기 같은 날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아마 몽땅 하루의 기분을 저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날이 될 것 같다.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지
좋다! 운세 앱을 지워도 봤지만 이미 세포 깊숙한 곳까지 물들어 있는지 하루를 보내다가도 삐끗하는 순간이 생기면, 예를 들어 사소한 말 어휘 하나에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관계가 생긴다던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밥을 얻어먹을 일이 생기면 뭔가 앞으로 무언가의 일이 더 생길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나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면 점점 예민해지다가 이렇게 신경 쓰고 할 바에야 결국 다시 운세 앱을 받아서 나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겠구나 하고 혼자 방향을 잡게 된다고나 할까?!
전적으로 맹신까지는 아니지만 하루의 끝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오늘 하루는 어땠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면 ' 오 맞아! 그 순간 잘 넘어갔구나! ' 혹은 ' 아 그 오늘 조심하라고 했던 그게 아까 그 일이었네 하...조금 더 신경 쓸걸...' 하고 생각하는 날이 여러 날 있었기에 또 무조건적으로 배척할 수도 없게 된다.
벌써 오늘도 오전에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점괘는 뭘 어쩌겠다는 건지,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출근한 터라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기겠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긴다.
잘 되던 과장님 모니터가 화면이 나갔단다.
내동 잘 나오던 모니터는 5일 연휴를 마치고 출근을 하는 날, 떡 하니 나가는지.... 모니터만 나가면 사무실 내 다른 모니터를 끌어다 쓸 수 있지만 모니터 문제만은 아니었는지 사무실 컴퓨터를 봐주시는 컴퓨터 회사 사장님은 오후에 가져다주신다는 말만 하고서 본체와 모니터를 같이 가져가셨다.
그리고 현재 시각 오후 4시 17분 아직 연락이 없으시다. 덕분에 나는 연휴 내내 밀린 전화를 받고, 밀린 전표를 처리하고 은행 업무를 보느라 내내 바쁜 중이고 일만 하다가는 내 성질머리에 내가 지쳐 일에 정이 떨어질까 봐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틈틈이 글쓰기를 하고 있다.
'기가 막히게 잘 맞춘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꽤 높은 확률로 나의 기대를 저버리리 않지 않는가!
오늘 나는 정말 가만히 있었는데, 나의 일 + 덤까지 생겨났다. 정말 의지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단 개인적인 판단보다 먼저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찾으라는 방향까지 알려 주었다. 마음 같아선 나는 앞으로 뭘 어떻게 하고 살면 내가 죽기 직전에 제일 베스트 인생을 살다 가는 건지 묻고 싶지만, 나름 주체적인 사람이니 그것까진 참아본다.
눈을 뜨면 운세부터 보는 습관은 버리려고 생각하고 있는 참인데, 새로 나온 운세 앱은 그날 하루 어떤 복장을 하고 어떤 물품을 소지하면 그날의 좋은 기운을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는지 비방까지 알려준다고 한다.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을 하려면 오전에 봐야 하는데...
이 앱을 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유료이면 차라리 포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은데 무료다.
하...참 크나큰 고민이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