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과 세상 사이의 막이 너무 얇다"

오늘도 괜찮은 척 하는 당신에게

by myownangle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분노.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점만큼이나 많은 후회, 경멸, 증오가 쌓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좋은 이야기만 해야지' 다짐하다가도 출근길에 이미 실패하고요. 어느 날은, 퇴근길에 저도 모르게 내 입술과 세상 사이의 막이 너무 얇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합정역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뜨거운 대기가 피부 안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제 안의 불길도 너무 쉽게 내뿜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친한 동료는 그저 괜찮냐고 물었을 뿐인데도, 저는 그 사람의 시간을 붙잡아 놓고 토로를 했고요. 회사에서 불편한 상황이 생길 때는 표정에서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감정을 숨기지 못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고민해 보니 제가 감당할 수 있었던 한계치를 넘어버렸던 것 같아요. 스스로의 상태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저는, 이렇게 몸에 드러나야 비로소 인지를 합니다. 그리고 다짐을 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문득 위기감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살다가는 일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겠다. 그러면 정년까지 남은 3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너무 불행할 것 같은 거죠.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마저도 싫어지면 정말 어떡하나. 궁극적으로 타인과 협력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 자체를 경멸하게 되면 어떡하나 싶었습니다. 스스로가 한계치에 다다르니까 타인을 향한 마음에도 여유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데, 그 몇 자를 더 쓰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열정에서 딱 80%만 쓰기로 했습니다. 스스로를 한계치까지 밀어 넣지 않겠다. 과몰입하지 않으려고 요즘엔 무진장 애를 쓰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저는 늘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소진되니까 그 여유가 없어지더라고요.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게 장점이었는데 그 힘이 사라졌어요. 딱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될 것 같은데 그 한 발을 뗄 에너지가 없어서 주저앉아야 했고, 이런 순간들이 모여 저를 향한 목소리에서 부정을 더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기로 작정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다짐을 하고 글로 쓰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불안감이 피어올라요. 100%의 에너지를 써도 모자란 것 아닐까, 남들은 120%의 에너지로 달릴 텐데. 근데 긴 인생에서 한 번쯤은 힘을 빼고 사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이렇게도 살아보고 안 맞으면 다시 그 전의 불꽃 열정의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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