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ownangle Jul 28. 2024

[프롤로그]"기분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보여?"

웃으면서 살고 싶어요 진심으로

 혹시 일요일 오후부터 출근 생각에 우울해지나요?


 저는 그렇습니다. 개그콘서트의 엔딩 시그널만 나오면 슬퍼졌던 어린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게, 지금은 조금 더 일찍 슬퍼지곤 합니다. 내일이 출근이라고? 이게 진짜야? 한 때 이곳에 이직하기 위해 많은 밤을 지새우며 면접 연습을 했고, 여기서 발행했던 콘텐츠를 하나라도 더 읽으려고 애썼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최종 면접 대본을 여전히 책장 한편에 보관하고 있죠. 그런데도 이제는 회사를 떠올렸을 때 마음이 무겁고 불안해집니다. 일을 하기 싫다고 하지만, 그 기저에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원하는 바와 지금의 내 상태 그 사이 간격이 더 멀게 느껴지니 매일의 불안은 기세를 더해갑니다.  


 "일 하기 싫은 게 당신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출근이 싫죠. 조금 더 자고 싶은데 포근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니. 그런데 저는 일을 꽤 많이 사랑했던 터라, 지금의 일태기가 더욱 불안합니다. 인생에서 사랑하는 것이 몇 안 되는 철저한 비즈니스형 인간인데 비즈니스조차 사랑하지 않는다니. 그런 불만은 직장의 경계를 넘어 일상으로 조금씩 조금씩 밀려오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기분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보이냐고 물어볼 정도죠.


 저는 1995년생입니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서른이죠. 그런데 이 나이라는 게 저에게는 또 중요한 일태기의 요인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심지어 대학생 때까지도) 서른이 되면 그럴싸한 일상을 살고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전문성 있는 업무를 하고, 그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에르메스까지는 아니라도 괜찮은 명품을 계절에 하나씩 사고, 자가용으로 운전하며 출퇴근 하는 커리어우먼. 지금의 저는 그와 조금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질적인 것을 넘어서 제가 온전히 행복한 삶을 매일 채워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할 정도로 말이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어떻게 하면 실현할 수 있을까요? 과연 가능은 한 걸까요?


1년 전에 쓴 일기에도, 2년 전에 쓴 일기에도 비슷한 고민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도 크게 남는 것 없는 삶이 과연 맞는 길일까. 전문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공부를 다시 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에게 최적의 경로 아닐까. 다만 그 시기가 잘 맞아떨어져서 이렇게 고민의 과정을 여러분들 앞에 풀어놓는 지경에까지 다다른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상황에, 회사의 내부적인 문제에, 고질적인 불안이 더해지니 글을 쓰기에 어쩌면 최적화된 환경이겠죠.


 그럼에도 뭐든 쓰면 이뤄진다고 믿는 편입니다. 전교 1등이었던 단짝보다 열심히 공부해도 전교 30등에 머물던 제가, 다이어리 맨 앞에 '고려대학교'를 크게 붙이고 매일 말했더니 진짜 갈 수 있었거든요. 지금의 일태기를 슬기롭게 넘기면, 언젠가 제 인생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과를 모르는 과정은 막연하지만 또 그래서 흥미진진하니까요. 마음속에 럭키비키의 정신을 가득 채우고 서른의 일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씩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화 예고

2화. “혼자 독립 영화관에 가본 적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