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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Apr 29. 2024

엄마가 되고 싶어.

남매 엄마가 되기까지 1.

 #1.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나는 무던히도 임신을, 아니 정확히는 출산을 하려고 애썼다.

첫 임신은 허니문 베이비였다. 그렇게 아기는 너무나 빨리, 가족계획을 세울 틈도 없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자만심도 생겼다. 임신? 별거 아니네!

그러나 들어보지도 못한 고.사.난.자. (초음파 상 임신 낭은 확인되지만 태아가 보이지 않는 경우)

임신 7주 차로 알고 있었고 출혈이 있던지라 응급실을 찾았는데 

"아기집에 아기가 보이지 않네요."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집 놔두고 어딜 간 거니...

염색체 이상으로 자연도태 된 것이고 산모의 잘못은 없다고 위로해 주셨지만 모든 것은 나의 잘못 같았다. 

일단 직장 일이 고되었다. 회계법인에서 하루종일 숫자와 맞서 싸워야 했다. 일 년 중 상반기는 꼬박 야근을 해야만 했고, 외국법인업체들은 월결산을 영문 재무제표로 원하여 기본 포맷은 있었지만, 가끔은 영어와도 싸워야 했다. 마감날은 항상 날 괴롭혔다. 모니터 속 숫자 하나하나에 늘 민감해야 했다. 

퇴사에 대한 고민은 깊었지만, 같은 직종 선임 여자들 한 번씩 겪는 비교적 흔한? 유산이었다. 

실제로 한 번의 유산 경험쯤은 꽤 많이들 겪었기에 나도 담담히 잊으려 노력하려면 다시 출근을 하는 편이 나았다.

그래 운이 없었던 거야... 아기집만 덩그러니 있던 초음파 사진 속 축복이를 보내고 한동안은 우울했고 남몰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

 

 #2. 두 번째 임신. 쿵쾅쿵쾅 7주 차에 우렁찬 심장 소리와 아기집 속 아기가 보인다.  몸에 전율이 흐른다. 드디어 내 안에 또 다른 생명의 심장이 뛰고 있다.

그러나 2주 후 다시 찾은 검진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이 없으시다. 이리저리 배를 꾹꾹 누르시고 한참을 보시더니 다른 선생님을 부르신다. 낯선 의사 선생님이 한 분 더 오시더니 의학용어로 말씀을 나누시더니 나가셨다. 알 수 없어서 불안하다. 심장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산모님.... 아기가 심장을 멈췄습니다...."

"네? 선생님! 안 돼요... 저 다시 봐주세요...." 예상치 못한 말에 소리 내어 마구 울었다. 

간호사님이 손을 잡아주며 진정시켜 주었지만 온몸이 떨리고 하늘은 무너졌다.

"산모님, 다시 봐도.. 확실하네요. 소파 수술 일정을 잡으셔야 하겠는데요."

"선생님 안 돼요.... "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어서 초음파 대에서 한참을 내려올 수 없었고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다.


 #3. '하나님 제게 대체 왜 이러세요?'

나의 의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인생 최초의 일이지 싶다.

어떠한 노력도 통하지 않고, 온전히 맡기고 나아가야 할 일이었지만 화가 났다.

하루에 수십 번을 되뇌어보았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한 답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불안하였고 받아 들일수가 없었다.

시어머니는 딸 셋을 내리 낳으시고 마흔에서야 넷째로 아들을 낳으셨다. 

일흔의 어머니는 내 두 번째 임신 소식에 엘리베이터도 없는 우리 신혼집 빌라 4층을 장미꽃다발을 한 아름 들고 환한 얼굴로 다녀가셨다. 또 이런 아픔을 말씀드려야 하는구나... 

나는 외동딸이다. 부모님은 내 동생을 갖기 위해 당시에는 거의 초창기였던 시험관 시술도 하셨지만 잘 되지 않으셨다. 크면서 단 한 번도 "동생이 갖고 싶어."라는 마음 아플 이야기는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친정엄마는 이 모든 일이 본인을 닮아 어딘가 내 딸이 지금 부족한가 싶어서 더 마음을 쓰셨고 아파하셨다.


 #4. 내 뱃속에서 자꾸만 생명이 죽는다.

이 충격을 어떻게 할까? 나는 다시 웃으며 살 수 있을까?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 수 있을까?  정신을 차리면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내 모습.

이 남자와 계속 살아야 할까? 내가 아이를 출산하지 못할 거 같은데 이혼을 해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남편은 자식은 없어도 된다 계속 다독였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이미 자식에 집착하고 있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골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에도 놓아 울었다. 

 

 #5. 습관성 유산 클리닉을 가다. 

두 번의 유산 원인은 모두 유전자 분열 중 오류로 자연 도태 된 것으로 나왔다.

이것은 신의 영역이라 하셨다.

그러니 이곳을 다닐 필요 없고, 난자가 가장 젊은 날, 건강한 정자를 만날 수 있도록 초음파로 배란일을 잡아 계획임신을 하라는 것이 의사의 처방이었다.

"싫어요, 저 모든 검사 다 받게 해 주세요!" 과잉 진료를 요구하였다.

"지금 기침 두 번 하였다고 폐렴 검사 해 달라는 것과 같으신 겁니다." 의사는 그럴 필요 전혀 없다고 만류하였지만. 간곡하고 강한 의지로 검사가 시작되었다.


 #6. 모든 것 주님께 맡깁니다.

성경 필사를 시작하였다. 두툼한 노트를 샀고, 성경에 뭐라 하셨는지 처음으로 진지하고 귀하게 읽어 내려가보기 시작하였다. 날마다 옮겨 적었다.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괴로움이 가라앉고, 웃는 날이 늘어갔다.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잃었던 신혼 생활이 회복되었고, 내가 왜 이 남자와 짝꿍이 되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남편은 저녁마다 나를 안고 기도를 해주었다.  '그래 나 이제 정말 자녀가 없어도 될 거 같아...'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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