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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09. 2024

나의 독백

나의 독백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몇 년 만의 무더위라고 연일 방송 매체를 통해 보도되지만, 별 감흥이 없습니다. 단지 밤에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 놓고 잠을 청하고 심한 운동을 자제하는 것 말고는 더위에 대한 느낌이 없습니다. 인생에도 욕정이 사라지는지 무엇을 억지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예전에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이 이제 모두 무관심으로 변하니, 마음이 서운해집니다. 올여름 날씨가 더위로 극성을 부린 것이 8월 25일까지이고 가을 날씨로 갑자기 변한 것이 8월 26일입니다. 서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만에 급변하였습니다. 25일 아침에는 찬물로 샤워하다가 26일 아침에는 보일러를 켜서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야 했으니 얼마나 인간이 호들갑스러운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심한 모욕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인간이 호들갑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변화가 워낙 변덕스러워 어쩔 수 없이 우리도 따라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힘이 듭니다.     

 사람의 삶에서 행복한 일이 무엇이고,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행복은 과연 있는 것이며, 영원히 존재하는 것인가? 현재의 행복은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는 것인데, 행복이란 이름으로 붙잡아 마음속에 가두어 두고 행복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끝없는 의문을 제기하며 살아왔지만, 명확한 답을 얻는 일은 어렵습니다.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던 적도 있고, 내 삶이 알차고 좋다고 자화자찬한 적도 있고, 내 가정만큼 행복한 집이 없다는 자만심으로 어깨를 곧추세운 적이 얼마 전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아니라 내 삶의 과정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징표도 될 수 있음에 삶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매일 반성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삶의 길을 닦던 시절이 이제는 반성조차도 없이 아집(我執)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 않나 반성해 봅니다.     

 내가 특별히 잘난 사람도 아니거니와 내가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삶이기 때문에 큰 기복 없는 삶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가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기복이 적은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좋아합니다.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확실한 인연이 없음을 깨닫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작은 인연도 놓치기 싫어 발버둥 치다가 인생의 무상을 느낀 일이 자주 있었음에도 모진 인연을 쉼 없이 생산해 내고 또 단절하는 악순환에 인생의 허무를 느끼는 ’ 무명(無明)‘의 중생(衆生)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이 서러워 오늘도 아픔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픔이 곧 기쁨으로 이어지고, 기쁨은 또다시 아픔으로 이어지는 삶의 영속성을 끊임없이 체험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인연의 성숙성을 판단하는 나의 못된 버릇에 고개 숙이며 반성하여 봅니다.     

 잊힌다는 것은 신의 선물이자 아름다운 일입니다. 옛 추억의 뚜렷한 기억도 지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영원한 기억은 역사일 뿐이고 우리들의 기억은 짧은 기억일 뿐이고 정보사회 사이버 공간에서는 기억은 하루에도 몇 번을 지울 수 있는 사람이 참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아까운 친구조차 기억에 지워버리지 않나 두려움이 앞섭니다.              


                                                     2016. 8. 31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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