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는치료사 Mar 22. 2024

뜻밖의 선물

지금은 육아휴직 3년차의 아빠입니다. 아래 글은 휴직1년차때 썼던 글입니다.





아내가 퇴근 시간 무렵, 회사에서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공부하고 늦게 들어온다고 합니다.


저녁 8-9시면 들어올 줄알았는데 10시 넘어야 된다고 합니다. 닭볶음탕을 만들다 아주 기분이 언짢아 집니다. 아내가 빨리 들어오길 바라며 첫째 아이 밥해주고, 숙제시키며 오매불망 아내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늦게 퇴근한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슬픈 얼굴로 회사서 고객이 부당한 민원을 넣어 큰 곤란을 당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합니다. 업무 특성 상 가끔 있는 일인데, 저도 애 보느라 힘든 마음이었지만 아내가 그런 일을 당한게 너무 속상했습니다.



듣기만 했고, 위로의 말만 건냈습니다.


육아는 부모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비우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일이기에, 감정이 상하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매일 느끼기에 아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바꿀 겸 하루 중 있었던 일을 전했습니다. 숙제를 하던 9살 첫째가


"나는 별똥 별이 떨어지면 예쁜 아들딸, 낳게 해달라고 소원 빌 거야!"


"그다음은 엄마, 아빠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거야"


라고 했다는 얘기를 해주니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불과 작년의 저라면,


직장에서 힘든 일 당한 사람에게, "너만 힘드니 나도 힘들다"며  짜증을 냈을 겁니다.


불과 작년의 저라면,


아내가 쓰지도 못할 해결책을 불을 뿜고내뱉고 있었을겁니다.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은 감정노동을 하고 집에 들어온 사람의 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개월의 육아는 아내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가슴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세상에 나쁘기만 하거나, 좋기만 한 것은 없다.



육아휴직했을 때 안좋은 걸 집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저분한 포장지 뜯어보니 제일 좋은 거였습니다.

 

돈이든, 부부관계든, 직업적 성취이든, 좋아 보이는 것 뒤에는 별로 안좋은 것이 항상 있습니다.


좋아보이는 대부분의 것은 그 대가를 반드시 치루고 나서야 탄생합니다.


나빠 보이는 대부분의 것도 좋은 것이 오기 전에 반드시 일어나야만 합니다.


이걸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합니다.


세상에 그닥 부러울 일이 없어보이거든요.  



이전 01화 남편이 살림을 하면 여자가 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