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일 년이 지나면서 생긴 일들입니다.
작년 초만 해도 갓 주부가 된 남자는 다 서툴렀습니다.
아침상 차리기, 준비물, 도시락통 챙기기, 딸아이 옷 입히고 머리 묶어주기 등이 아침과업인데, 서툰 일을 해야 하니 짜증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실컷 차린 밥을 아이들이 잘 안 먹거나, 다 식고 나서야식탁에 앉으면 답답해서 짜증이 자주 났던 거 같습니다.
학교 준비물을 안 챙겨 가서 학교를 두 번 갔던 일도 있었고, 실내화를 빨아서 넣어 줘야 되는데 그냥 보내서 애가 양말만 신고 유치원에서 종일 있기도 했고요.
또 도시락통에 수저를 빼먹기도 했습니다.
처음이라 서툰데 왠지 남자가 이런 모습인 것이 부끄러워서 혹은 아내가 무시할까 괜히 날카로워져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엄마는 실로 가정의 태양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침에 제가 짜증을 내니, 아내도 불안하고, 아이들도 불안합니다. 제가 아침에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 기분 안 좋게 하여 학교에 들여보낸 날, 하교시키기 위해 데리러 가면 아이가 울면서 나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아들, 왜 울어?”
“친구하고 다퉜어..”
처음에는 그 친구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반대로, 웃으면서 기분 좋게 학교에 들여보내면, 하교할 때 밝게 웃으며 아빠를 안아줍니다.
웃으면서 학교에 가면, 웃으면서 나오고,
슬픈 마음으로 들어가면, 울면서 나오고 하는 일이 몇 번 반복되니 알았습니다.
아빠의 짜증이나 화가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끼쳐 학교생활에 짐이 된다는 것을요.
기분 나쁜 상황에서, 친구가 말을 걸면 괜히 짜증 나고 그럴 수 있으니까요.
“내가 아침에 웃어줘야 되는구나.”
그래야 이 아이가 밝게 자랄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침에 소리 지르지 않고 평상심을 지키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육아서적도 읽고, 노트에 ”고함치지 말자”라고 매일 쓰고 기도하면서 저 자신을 수련했습니다.
일 년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모처럼 아침밥을 네 식구 다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서운한 말을 합니다. 일 년 전만 해도
“무슨 말을 그따위로 해!”라고 받아쳤을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지금은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정말 기분 나빴는데, 아침에 화 내버리면 아이들의 하루를 망칠 수 있으니 참습니다.
“나 이런 거 참던 사람 아닌데…. 할 수 없지…“
볶음밥을 해서 아이들이 먹고 나니 딱 일 인분 정도가 남았습니다.
배고파서 먹으려고 하는데, 평소 그냥 굶고 출근하던 아내가 밥을 찾습니다.
“먹을 거 있어?”
“어 이거 남았어. 어서 먹어”
“자기는 먹었어?”
(망설임 없이)“응, 나는 먹었어”
아내도 밥 먹여서 출근시키고 싶어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오잉 뭐지? 내가 방금 아내 밥 먹이려고 거짓말을 했네.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희한하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아이들한테 양보하는 게 버릇이 되니, 비슷한 상황에서 아내에게도 양보하게 되더군요.
또 아이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다 보니 아내에게도 소리 지르지 않게 되더군요.
감정도, 식욕도 자녀를 위해서 참는 게 엄마구나.
엄마가 태양처럼 환하게 웃는 이유는 즐거워서가 아니라 자녀를 사랑해서였구나…
우리 엄마도 그렇게 날 키웠구나. 희생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서…
참 당연하게 누리고 살았는데,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걸린 거 같습니다.
욕심 많던 한 남자가 엄마 같은 마음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일 년이었습니다.
'아빠는 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