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좋니?
네 식구가 다 같이 밥을 먹다가 갑자기 이 질문을 해보았다.
아내에게 먼저 물었다.
"넌 너 자신을 좋아해?"
머뭇거린다. 아니, 얼굴이 굳고, 당황하는 표정이다.
이번에는 11살 아들에게 물었다.
역시, 머뭇거린다.
끝으로, 8살 딸에게 물었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맑게 웃으면서 말한다.
"응, 난 내가 좋아"
방금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어떠했는가?
주저주저했는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자존감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왜 이렇게 생각하냐고? 건강한 상태인것 같지 않다고 느껴서다.
나는 웬만하면 나 자신을 싫어하거나 하는 경우나 때가 거의 없다. 나는 나를 좋아하고 아끼며, 나의 실수에 관대하다.
아내는 이런 내가 가끔 너무 뻔뻔하다고 한다.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계속 뻔뻔하게 살 것 같다.
나르시시즘이 아니냐고 반문할 것을 안다.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소중하기 때문에 당신도 소중하다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아내가 겪는, 나라면 겪지 않을 쓸데없는 고초를 보면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다.
내가 자존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는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지적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뭘 자꾸 해야 한다고 한다. 평균 이상은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자주 말했다.
엄격하게 자랐기에 엄격하게 키우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데, 찬찬히 뜯어보니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높은 기준을 들이대고 그 기준에 못 맞추면 자신을 원망하며 사는 듯했다.
아내는 화가 나면 며칠이고 묵언시위를 했었다. 억울하고 화가 나면 상대방을 무시해 버리는 타입이었다. 이런 소통 방식에 화가 났지만, 그녀가 우울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내는 가진 게 많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나고 자랐고, 키도 크고, 이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부모님이 명문대 출신이어서 그런지 머리 회전도 빠른 편이다.
이 정도로 받은 게 많으면 살짝 자뻑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오히려 지하 10층까지 파고들 만큼의 열등감이 있다?
상상할 수 없었다.
첫째 아들이 ADHD 진단을 받고, 나는 아내가 우울증이 있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꿈을 꾸며 희망차게 사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만사에 부정이 많았다. 이상했다.
"왜 굳이 저렇게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살까?"
"한번 사는 인생인데 긍정적으로 살면 좋지 않나?"
난 내가 그러니 다른 사람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아들이 종합심리검사에서 자아상이 부정적이라는 결과를 받아왔다. 이 부정적 자아상은 나로 인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내를 더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혼하고 수년을 지켜봤지만 아내가 기분 좋게 건강하게 몇 달을 보낸다거나 하는 경우가 없었다. 거의 침울한 정서 속에서 하루하루 참고, 버티는 삶을 살고 있었다.
아내는 만성적으로 우울한 편이다.
"이런 게 우울증인가?"
의구심이 생겨 심리학 책을 보니 '기분부전장애'라는 것이 있었다. 이 증상이 우리 아내를 설명하고 있었다. 책에 나온 설명이 아내와 너무도 똑같아서 소름 돋을 정도였다.
*기분부전장애(Dysthymic Disorder, 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는 만성적인 우울 상태가 지속되는 정신 건강 장애로, 일반적인 우울장애 보다 증상이 경미하지만 2년 이상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음.
아내는 책을 보고 자신의 상태를 인정했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고쳐보겠다고 했다.
자신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하면, 아들도 계속 지적하고 용납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엄마의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아내는 날 위해서는 못해도 아들을 위해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내의 자존감이 왜 이렇게까지 낮아졌는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그래야 아내도, 아들도 지킬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아내의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아내가 "진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자존감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시작했다.
별 잘난 것도 없는 나는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비교적 잘 사는 이유도, 아내가 가진 게 많아도 못 사는 이유를 알아야 했다.
이건 자녀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에는 여러 비밀이 숨어 있었다.
수년을 책도 읽고, 나 자신과 가족들을 관찰했다.
이 이야기는 한 남자가 아내의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아주려다 발견한 이야기다.
이 책이 당신의 자존감 여행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님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는지 힌트를 얻기를 소망한다.
p.s
-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솔직하게 쓸 예정입니다. 혹시라도 자랑의 의도가 있다고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 이 이야기는 저의 작은 경험담입니다. 결단코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 이 이야기는 과학적 사실을 다루겠지만, 주관적 생각이 더 많을 것입니다.
- 기독교나 성경이 불편하신 분은 앞으로의 이야기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아빠는 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