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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을 짜며

신짜오 베트남

치약을 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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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울음소리 알람이 울리면

동시에 밖에선 베트남 군가가 아침을 가른다

지친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 한다

온몸의 독소를 긴 숨으로 날리려 애써본다

숨을 고른 후 드디어 치약을 짠다

구석구석 위아래로 양치를 하고

흰 눈이 쌓인 듯 혓바닥 설태를 지우고

웩웩 거리며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뱉어본다


하루에 세 번은 게을러 못하고

기상 후 취침 전 두 번의 치약을 짠다

한 번에 반 그램 하루에 일 그램

한 달은 삼십 그램 일 년은 삼백육십오 그램

벌써 삼 킬로그램을 더 짜버린 지금.....

이 치밀어 오르는 고독은 마르지도 않고

화수분 마냥 솟아오르는 것은 또 무슨 조화 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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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약을 몇 번을 더 짜야 되나?

매일 같이 치약을 짜며

오만 잡다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오늘은 어떻게 콘셉트를 잡고 미팅을 할까

부족분은 어떻게 채울까

선적 일정은 어찌 조율할까

선 진행 후 보고는 어떤 것으로 할까

짧은 양치 시간에 윤곽을 잡고 하루를 준비한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

하지만 현장은 일상의 역순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

하나 해결하면 더 큰 무엇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기에

한시도 놓을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

밤 열 시 이후에나 찾아오는 풀림의 시간

치약을 짜며 하루를 정리한다


istockphoto-505911408-2048x2048.jpg 나의 살던 고향은.......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구나

오늘도 어김없이 소리를 질렀구나

오늘도 무거운 짐을 어찌 되었든 옮겨 놨구나

하루를 복기하며 치약을 짜는 나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하루에 두 번 치약을 짭니다

아무 생각 없이 치약을 짤 날을 기대하며

치약이 마르는 그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치약을 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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