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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Aug 20. 2024

장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장마  

        

“좀 천천히 가라 좀~~ 뭔 놈의 기집애들이 더 빨리 가?”  

   

아침이면 기성면 일대 산골 구석구석에선 면 소재지 중학교를 향한 잰걸음이 바빴다.

흡사 개미들의 집 짓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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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는 여전히 학교와 거리가 제일 먼

'무릎꼴' 은진과 미정

'어깨꼴' 원이

'배꼴' 미승이

'발꼴' 재병이는 모두 같이 학교로 출발했다.


이상하게도 풍성 2리는 마을 지명이 모두 신체명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마을 지명이 독특했다.

작은 산꼴임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예전부터 서울로 상경해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 판, 검사는 물론 크고 작은 기업체를 운영하고 정계에도 진출하는 인물들이 많았다.


주위 사람들은 풍성 2리의 풍수가 좌청룡은 백일산을 보고 우백호는 날개가 펼쳐진 갈매산이 감싸고 있어 위인이 많이 나오는 지형이라 말하곤 하였다. 단종의 유배길 로도 유명한 이 길은 나름의 슬픈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였다. 이 길을 지나 충청도, 강원도 영월로 돌아가는 중요한 길 이기도 한 풍성 2리는 또한 발꼴, 배꼴, 무릎꼴, 어깨꼴... 지명이름도 풍수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이야기가 전해지곤 했었다.

          


“야.... 좀 천천히 걸어!!!”

원이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은진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니가 요즘 욕을 안 먹어 몸이 근질근질한 거 같네?”

무서운 눈길로 원이를 쏘아보는 은진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아니 그게 아니구 느들이 너무 빨리 가니까... 그래 얘기하지...”

원이는 방금 전 의기양양하던 목소리는 어디 가고.. 은진의 눈빛 하나로 꼬리가 저절로 내려갔다.

    

은진은 친구들 중에도 성격이 제일 괄괄한 선머슴이 따로 없었다.

풍성 2리 친구들 중에 어느 누구도 은진을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릴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숲길

원이는 까불까불하지만 체구는 작아 은진의 상대가 되질 못했고 재병인 몸은 듬직하지만 타고난 천성이 순한지라 은진과는 다툴 일이 없었다. 미승은 재병이네 집 바로 위쪽 마을 배꼴에 살았고 나름 얼굴은 곱상하지만 성격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여정을 시작하는 미정은 다른 친구들과 약간은 다른 연한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서구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어 학교 친구는 물론 선배들의 나름의 타깃이 되기도 하였다.


은진은 말할 필요도 없이 선머슴이었다.

풍성 2리 남학생 원이와 재병인 항상 아침이 힘들었다.


앞장서는 은진, 미성, 미승 세명의 트로이카 삼인방의 발걸음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급기야 오늘 원이는 매일 같이 쫓아가기 바쁜 등굣길에 대한 불만을 은진에게 얘기했지만 뼈도 못 추리고 꼬리만 내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뭔 놈의 기집애들이 남자들보다 걸음이 빠르면 어쩌자는 거야!!”

원이는 옆에 있는 재병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렇지?”

재병인 원이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동네 남자 친구라 재병이와 원이는 죽이 잘 맞았다.

     

“야! 너네 뭐라 그랬어? 엉!”

 이번엔 배꼴 사는 미승이가 얼굴을 돌리며 앙칼진 눈으로 원이와 재병일 쏘아보았다.

   

“ 아니야 우리가 뭔 얘길 했다 그래? 우리 그냥 가고 있는데”

 뜨끔한 원이는 재병일 보며 한쪽 눈을 감으며 재병이에게 아무 얘기 않았다고 얘기해 줄 것을 신호로 보냈다.


“우리 아무 얘기 안 했어...”

진짜야 하며 재병이는 원이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담부터 한 번 더 이상한 소리 들리면 느들 둘 다 죽는다!”

 미성이도 은진이 처럼 원이와 재병이한테 한방 먹이며 걸음을 학교로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등굣길은 항상 여학생들이 먼저 학교에 도착하고 원이와 재병이는 트로이카 3인방 뒤를 따르는 것이 나름의 일상이었다.

                 


 따뜻하다 못해 더워지는 초여름의 뒷자락부턴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었다.

장마!!!

장마는 나름 풍성 2리 친구들한테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공존하는 시즌이기도 했다.     

장마로 인해 그동안 친구들 각자의 집에서 심어 놓은 밭작물과 논에 있는 벼에 물이 넘치면 그해 농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해서 항상 부모님들은 장마에 대비해야만 됐었다.

그러나 은진과 원이를 비롯한 풍성 2리 친구들에게는 장마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장마로 인해 개울물이 넘치면 발꼴과 배꼴을 제외한 나머지 마을은 학교를 쉬는 경우도 종종 있곤 했다.

   

"아우! 내일이 시험인데~~ 어떻게 하지??"

시험기간에는 여학생들은 은진이네 집에 모여 시험공부를 해오곤 했었다.

     

은진, 미승, 미정인 은진이네 집에 모여 시험공부가 한창이었다.

말이 시험공부였지 공식적으로 세 명이 모여 밤새도록 재잘 될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친구들의 수다가 계속될 때쯤

밖에서는 갑자기 천둥 번개가 요란했다 밤이라 앞은 분간이 안 되었고 갑자기 쏟아지는 빗물은 은진의 집 앞 개울을 금방이라도 삼킬 듯한 계곡물이 불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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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은진, 미승, 미정이는 은진네 집에 고립이 된 형상이 되어 버렸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 이야기를 하면 결석처리 없이 지나갈 일이지만 내일이 기말고사 시험이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승아 어떡하냐? 너는 집에도 가야 되는데???” 하며 은진은 걱정 스런 눈빛으로 미승에게 말을 건넸고 옆집 사는 미정이도.

“그래 너 집에도 가야 되는데 걱정이네” 하며. 안쓰러운 눈빛을 미승에게 보냈다.   

  

"어?... 이거 전화드려야겠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자너 어떡하지?!"

미승이는 은진에게 아무래도 집에 전화를 드려야 안심하시지 싶어 전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경운기 시동 걸 때 돌리는 플라이휠처럼 생긴 전화기 손잡이를 "쌩" 하고 돌렸다.

 " 예.. 예 XXX 교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교환수 언니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미승이 귀로 전달이 되었다.

교환수 언니를 통해 아는 번호는 연결을 하고... XXX 아저씨 집은 몇 번인가요? 물어보면

"예 예... XXX 댁은 XX번입니다...." 답이 바로 나왔다.


" 네~~... 71번 부탁드립니다~~ "  

미승이의 전화 목소리는 평소 목소리와 달리 나긋나긋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평소 목소리와 전화 걸 때 목소리는 확연하게 달랐다.

풍성 2리 전화번호는 70번대에서 100번까지 전화번호가 지정이 되었다.

" 예~~ 71번 연결합니다~ "교환수의 목소리와 함께 짹을 꽂는소리가 나며  '따르릉따르릉" 신호음이 연결되었다...


" 여보시오?~~" 미승이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엄마 나 미승인데 은진이네 잘 있는데~~ 물이 불어서 오늘 못 갈 거 같어 낼 물 빠지면 갈께요!!”


"뭐? 물이 하마(벌써) 그렇게 찾어?...못 건너올 정도여?"

미승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째? 물이  많이 불었는가버... 거긴?"

" 어 엄마...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밝으면 갈께요... 내일 기말고사 시험이라  시험공부하구.. 걱정하지 말구 엄마!! "


“걱정이 왜 안되겄냐? 어찌 됐든  은진네 폐 끼치지 말고 조용히 있다와... 알았지??”

미승의 어머니는 잘 있다 오라며 전화를 끊으셨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교환수를 통해 전달되는 자석식 전화기는 자취를 감춘다 한다.

내년이나 되면 시내처럼 다이얼이나 버튼식 전화기가 보급된다는 면사무소 공문이 얼마 전 재범이 아버님이신  이장님을 통해 공문이 왔었다.


그러나 정작 내일이 문제였다.

내일 물이 빠지지 않는다면 학교시험은 어쩔 수 없이 건너뛰어야 되는데 풍성 2리 친구들 때문에 학교 시험을 연기한다는 건 쉽지는 않을 일이었다.  

   

은진, 미성, 미승은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마음은 펼칠 않았다.

시험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빨리 날이 밝아 개울물이 어떻게 돼있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만 커질 뿐이었다.     

아침이 되자 친구들은 은진네 앞 개울을 둘러보았다.

비는 어젯밤보다는 조금 덜 하지만 여전히 추적거리며 비가 내리고 있었고.

개울을 가로지르게 두었던 돌다리는 이미 물에 잠겨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원이와 재병이는 아침에 먼저 와 있어야 될 친구들이 보이 질 않아 개울에 물이 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날이면 모르지만 시험 보는 당일이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야 재병아!! 미승이는 왜 안 보이는데??”

 원이는 재병에게 걱정되는 눈빛을 보내며 물어보았다.


“어.. 오늘 얘들이 안 보여서 잠깐 미승이네 집에 가니까 시험공부 땜에 어제 은진이네 같데"

재병이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엔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친구들이 보이 질 않자 원이, 재병이는 걱정이 돼 안절부절하질 못했다.

    

"야 이거 큰일이네... 딴 날 같으면 몰라두 오늘은 학교 가야 되는데?!... 일단 미승이 가방은 챙겨 왔지? "하며 원이는 재병이 눈을 보며 이야기를 전했다.   


“어.. 미승이네 엄마가 주는 대로 받아 오기는 했어"

재병은 보이는 몸과는 달리 마음이 여려 얼굴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처럼 원이를 처다 보았다.

  

"일단 올라가 보자"

원이와 재병이는 무릎꼴로 향했다.

    

무릎꼴에 다 달았을 때 반대편에 은진, 미승, 미정이 모두는 개울 반대편에 이미 나와 있었다.

개울물은 밤새 내린 비로 누런 황토 빛갈의 물 줄기로 개울을 삼키고 있었다.

     

원이와 재병이는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주위를 살핀 원이는 근처 옥수수밭 창고에 마닐라삼으로 만든 튼튼한 줄다리기용 밧줄이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지난번 리대항 동네 체육대회때 아저씨 들이랑 물건을 나를 때 얼핏 본 것이 생각났다.    


원이와 재병이는 얼른 창고에서 줄다기리용 밧줄을 꺼내왔다.

개울 폭은 그리 넖지는 않았지만 내려오는 물줄기를 그대로 건널 수는 없었다.


밧줄 끝에 묵직한 돌을 묶어 반대편으로 던질 계획이었다.       


“야!!! 은진아 이거 받아서 옆에 있는 밤나무에 걸어놔!!!”

 원이는 반대편 은진이에게 당부를 하며 약간 무게가 나가는 돌에 밧줄을 걸어 던지려 할때...

원이 힘으로는 반대편까지 던지는 것이 무리 이지 싶었다.

     

“재병아!...던지는 건 니가 해야 겠다!!.”

재병의 힘을 믿어 보기로 했다

      

재병은 말 수는 없어도 힘 하나는 학교에서도 랭킹 3위안에 드는 장사중에 장사였다.    


"그래 함 던져 볼게"

 “어힛”  

재병은  돌 달린 밧줄을 힘껏 반대쪽으로 던졌다.


역시 재병의 힘은 대단했다. 개울을 건너고도 한참을 지나 옆에 있는 밤나무 근처에 정확하게 밧줄이 도착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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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힘 하나는 재병이가 왔다네!!! "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며 원이는 재병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은진아!!!! 그 밧줄 밤나무에 둘둘 감아 묶어놔!!  알았지!!!”   

다급한 원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은진과 미승, 미정이는 고마움과 함께 감동이 밀려 왔다.

    

그동안 맨날 타박만 듣던 친구들이 오늘 같이 중요한 날 자기 일처럼 도움을 주는 걸 보며 그냥 쭉쨍이 밤톨로만 생각했던 원이와 재병이가 지금은 남자 중에도 상 남자로 다가왔다.

    

“어...알았어! 올 때 조심해!!!”

은진은 재병이가 던진 돌달린 밧줄을 밤나무에 여러번 둘둘 감아 두었다.

약간 위태위태 했지만 어느정도 구조로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번에도 힘을 요하는 일이었다.

원이는 앞에서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하고 행동은 재병의 몫이었다.

    

재병은 입고 있는 옷을 흰색 삼각 팬티만 남기고 다 벗은 후 신발을 신고 로프에 의지해 개울을 도하했다.

흐르는 황토 물줄기도 재병의 용열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반대편에 다다르자 친구들 세명은 건널 순서를 정하고 있었다.   

은진은 나름 순서를 정했다.


“미승이가 먼저 건너고..다음에 미정이 그리고 마지막엔 내가 건너는 걸로 하자!! 알았지!!!"

순서를 미리 정하였다.     

잠깐 숨 돌릴 틈도 없이 재병인 은진이가 매어 놓은 밧줄을 다시 팽팽하게 감아 두었다.

트로이카 3인방이 있는 곳으로 올 때 줄이 헐렁해져 자칫 큰사고가 날 뻔 했기에 재병은 점검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점검이 끝난후 미승인 재병의 등에 업히기 시작했다.


재병의 온몸에선 땀과 빗물과 계곡 물이 섞여 미끌 미끌하기 그지없었다.   

반대편 원이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야!!! 재병이 놓치면 절단이여 업혀서 꽉잡아야 되 알았지!!!!”

반대편 원이 목소리는 다급하고 진지 했다.


자칫 잘못 했다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 알았어!!”

미승인 재병의 등에 업히며 재병의 목을 꽊꽉 숨이 막힐 정도로 잡고 있었다.

재병은 드디어 반대편으로 발을 옮기기 시작 했다.

처음 트로이카 3인방쪽으로 올때와는 천지 차이였다.

한명의 몸을 더 옮긴다는게 정말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재병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미성아!! 이제 간다 꽉잡어!!!”  

재병은 한 손은 로프를 잡고 한 손은 미승이의 엉덩이를 바치며 반대편으로 한발 한발 옮기기 시작 했다.

미승의 몸무게와 흐르는 물살의 세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아마 원이가 왔다면 미승이를 업는 것 자체도 불가능 이었겠지만 재병은 아무말 없이 한발 한발 다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미끌거리는 바닥에 삼킬 듯한 물살은 재병의 손을 저절로  밧줄에  의지하게 만들었다.

재병은 미승이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왼손은 엉덩이를 꽉쥐며 움직였고

미승인 떨어지지 않으려 재병의 목을 꽉 조이며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도착하자마자 숨도 쉴 새 없이 재병은 다음 차례인 미성이를 데려 오기 위해 다시 반대편으로 향했다.


연한 갈색 머리가 일품인 미정이의 눈에선 벌써 두려움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번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어쩔수 없이 건너야 하기 때문에 심적인 고통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미승이와 마찬가지로 미정이도 재병이의 등에 껌처럼 찰싹 달라 붙으며 2차 도하를 강행했다.

힘이 빠질대로 빠진 재병인 그래도 아무런 내색도 없이 한발 한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어어!!!"  “신발! 내 신발!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미정이 왼쪽 신발이 흐르는 물살에 벗겨져 저 아래로 흐르는 것이 보였다.    

보고 있던 원이는 잽싸게 개울폭이 좁아지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후 아래쪽에서 원이가 미정이 신발을 가지고 미정,미승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제 재병이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잠시 쉬고 있을 때

미승과 미정의 눈빛은 재병과 원이가 너무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건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아닌 시골사는 가족이나 다름 없었다.     

잠깐 숨을 고른 재병은


“이제 마지막이니까 좀만 기다려~~~ ”

다시 반대편으로 향했다.


재병을 바라보는 원이,미정이,미승이 친구들의 눈빛은 마치 전쟁에서 살아서 돌아와야 된다는 가족들의 그것과 똑 같았다.

마지막까지 무사히 돌아 오길 간절히 바라며 재병의 넓찍한 등판을 보며 나름의 기도를 하고 있었다.   


반대편에 도착했을 때 재병의 얼굴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라도 건넌다면 다른 얘기 겠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시험 시간안에 도착 할 지가 의문이라 재병은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길게 숨을 몰아 쉬고 마지막 남은 은진을 업고 발을 내딛는 순간 처음과 두 번째와는 다르게 재병의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은진이가 미성과 미승이보다 워낙 무게가 나가는 점도 있었지만 긴장과 공포 속에 두 번 이나 개울을 왕복을 하다 보니 나름 탈진 상태가 되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래도 재병은 학교는 가야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라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울을 중간쯤 건널 때 였다 갑자기 재병의 발걸음이 멈추며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갑자기 온몸에 힘을주고 신경을 써서 그런지 안쓰던 근육에 무리가 갔는지 재병이의 종아리에 갑자기 쥐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벙이 없었다.

재병은 쥐가난 오른다리를 질질끌며 친구들이 있는 반대쪽 개울가로 한발 한발 한발 한발 내디뎠다.

이윽고 드디어 도착이 되었다.     

도착이 되자마자 재병은 그대로 대자로 누우며

“어이  쥐가 한 백 마리는 올라오는거 같어!!!!” 하며 눈을 감고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친구들 모두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혼자 건너기도 어려운 개울을 한명도 아닌 세 명을 업고 건넌 재병이가 너무도 고맙고 고마웠기  때문이었다.    

원이를 포함해 네 친구 모두는 재병의 온몸을 주물러 주었고 원이는 쥐가난 오른 다리를 들고 맛사지를 하며 쥐를 풀어 주기 시작 했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재병이 얼굴에 핏기가 돌기시작했다..운암2리 친구들은 학교에 늦을까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아침은 여느때와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매일같이 앞장서던 트로이카 3인방은 원이와 재병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앞에는 원이와 재병이가 먼저 가고 있었고 뒤에 따라가는 것은 은진,미승,미성이였다.

     

“미승아! 너 재병이 등에 업혔을 때 땀냄새 맡아봤냐?” 미성이가 조용히 얘기를 꺼냈다.


“어.....근데 진짜 남자는 남잔가봐!!! 그런 상황에서도 남자 냄새가 나대 호호호"

옆에 있던 은진이도

“야.....난 원이가 밧줄을 던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호호호~~"    


그때 원이와 재병이가 돌아보며

“너네 지금 뭐라 했는데?  어!! 한번 더 그런 소리 들리면 죽는다?! 알았어!!!!

가족끼린 그럼 안되는 거여 알았어!!!!! "하며 원이가 한방 먹였다.    

개울 도하 사건 이후의 풍성 2리 등교길 풍경은 이전과 180도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고 더 확실 해 진 건~~~~    

원이,재병,은진,미승,미정 다섯 친구 모두는 ..

피를 나누지 않은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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