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풍성 2리는 마을 지명이 모두 신체명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마을 지명이 독특했다.
작은 산꼴임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예전부터 서울로 상경해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 판, 검사는 물론 크고 작은 기업체를 운영하고 정계에도 진출하는 인물들이 많았다.
주위 사람들은 풍성 2리의 풍수가 좌청룡은 백일산을 보고 우백호는 날개가 펼쳐진 갈매산이 감싸고 있어 위인이 많이 나오는 지형이라 말하곤 하였다. 단종의 유배길 로도 유명한 이 길은 나름의 슬픈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였다. 이 길을 지나 충청도, 강원도 영월로 돌아가는 중요한 길 이기도 한 풍성 2리는 또한 발꼴, 배꼴, 무릎꼴, 어깨꼴... 지명이름도 풍수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이야기가 전해지곤 했었다.
“야.... 좀 천천히 걸어!!!”
원이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은진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니가 요즘 욕을 안 먹어 몸이 근질근질한 거 같네?”
무서운 눈길로 원이를 쏘아보는 은진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아니 그게 아니구 느들이 너무 빨리 가니까... 그래 얘기하지...”
원이는 방금 전 의기양양하던 목소리는 어디 가고.. 은진의 눈빛 하나로 꼬리가 저절로 내려갔다.
은진은 친구들 중에도 성격이 제일 괄괄한 선머슴이 따로 없었다.
풍성 2리 친구들 중에 어느 누구도 은진을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릴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숲길
원이는 까불까불하지만 체구는 작아 은진의 상대가 되질 못했고 재병인 몸은 듬직하지만 타고난 천성이 순한지라 은진과는 다툴 일이 없었다. 미승은 재병이네 집 바로 위쪽 마을 배꼴에 살았고 나름 얼굴은 곱상하지만 성격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여정을 시작하는 미정은 다른 친구들과 약간은 다른 연한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서구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어 학교 친구는 물론 선배들의 나름의 타깃이 되기도 하였다.
은진은 말할 필요도 없이 선머슴이었다.
풍성 2리 남학생 원이와 재병인 항상 아침이 힘들었다.
앞장서는 은진, 미성, 미승 세명의 트로이카 삼인방의 발걸음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급기야 오늘 원이는 매일 같이 쫓아가기 바쁜 등굣길에 대한 불만을 은진에게 얘기했지만 뼈도 못 추리고 꼬리만 내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뭔 놈의 기집애들이 남자들보다 걸음이 빠르면 어쩌자는 거야!!”
원이는 옆에 있는 재병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렇지?”
재병인 원이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동네 남자 친구라 재병이와 원이는 죽이 잘 맞았다.
“야! 너네 뭐라 그랬어? 엉!”
이번엔 배꼴 사는 미승이가 얼굴을 돌리며 앙칼진 눈으로 원이와 재병일 쏘아보았다.
“ 아니야 우리가 뭔 얘길 했다 그래? 우리 그냥 가고 있는데”
뜨끔한 원이는 재병일 보며 한쪽 눈을 감으며 재병이에게 아무 얘기 않았다고 얘기해 줄 것을 신호로 보냈다.
“우리 아무 얘기 안 했어...”
진짜야 하며 재병이는 원이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담부터 한 번 더 이상한 소리 들리면 느들 둘 다 죽는다!”
미성이도 은진이 처럼 원이와 재병이한테 한방 먹이며 걸음을 학교로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등굣길은 항상 여학생들이 먼저 학교에 도착하고 원이와 재병이는 트로이카 3인방 뒤를 따르는 것이 나름의 일상이었다.
따뜻하다 못해 더워지는 초여름의 뒷자락부턴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었다.
장마!!!
장마는 나름 풍성 2리 친구들한테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공존하는 시즌이기도 했다.
장마로 인해 그동안 친구들 각자의 집에서 심어 놓은 밭작물과 논에 있는 벼에 물이 넘치면 그해 농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해서 항상 부모님들은 장마에 대비해야만 됐었다.
그러나 은진과 원이를 비롯한 풍성 2리 친구들에게는 장마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장마로 인해 개울물이 넘치면 발꼴과 배꼴을 제외한 나머지 마을은 학교를 쉬는 경우도 종종 있곤 했다.
"아우! 내일이 시험인데~~ 어떻게 하지??"
시험기간에는 여학생들은 은진이네 집에 모여 시험공부를 해오곤 했었다.
은진, 미승, 미정인 은진이네 집에 모여 시험공부가 한창이었다.
말이 시험공부였지 공식적으로 세 명이 모여 밤새도록 재잘 될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친구들의 수다가 계속될 때쯤
밖에서는 갑자기 천둥 번개가 요란했다 밤이라 앞은 분간이 안 되었고 갑자기 쏟아지는 빗물은 은진의 집 앞 개울을 금방이라도 삼킬 듯한 계곡물이 불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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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은진, 미승, 미정이는 은진네 집에 고립이 된 형상이 되어 버렸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 이야기를 하면 결석처리 없이 지나갈 일이지만 내일이 기말고사 시험이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승아 어떡하냐? 너는 집에도 가야 되는데???” 하며 은진은 걱정 스런 눈빛으로 미승에게 말을 건넸고 옆집 사는 미정이도.
“그래 너 집에도 가야 되는데 걱정이네” 하며. 안쓰러운 눈빛을 미승에게 보냈다.
"어?... 이거 전화드려야겠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자너 어떡하지?!"
미승이는 은진에게 아무래도 집에 전화를 드려야 안심하시지 싶어 전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경운기 시동 걸 때 돌리는 플라이휠처럼 생긴 전화기 손잡이를 "쌩" 하고 돌렸다.
" 예.. 예 XXX 교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교환수 언니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미승이 귀로 전달이 되었다.
교환수 언니를 통해 아는 번호는 연결을 하고... XXX 아저씨 집은 몇 번인가요? 물어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