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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time 자축인묘 Sep 03. 2024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용수는 코피를 왜 흘렸을까?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창가에 쌓인 먼지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토요일은 반 공일이었다.


용수는 학교를 마치자마자 친구인 영흥이 집에 들렀다.

오늘은 비가 내려 친구들과 잡아놓은 리 대항 축구경기가 연기가 되어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축구는 시골에서 할 수 있는 몸으로 즐기는 유일한 빅 이벤트였다.

나름 초등(국민) 학교 때부터 축구부에서 이름을 날렸던 용수, 영흥이, 철규, 봉규는 비가 오는 오늘이 영 탐탁지 않았다.


장터가 있는 운암리 광수, 재성이, 학성이 이 친구들을 한번 더 눌러줘야 다시는 도전을 하지 않을 건데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난주에 3:2로 이겨 운암리 친구들이 재 도전을 한 게 오늘 이었다.

콧대를 납작하게 해 줄 기회가 없어진 것이 나름 안타 까울 뿐이었다.  

   


 오늘은 뭘 할까 생각에 잠긴 용수는 영흥이 방에 있는 앉은뱅이 책상에 눈길이 갔다.

책상에는 나름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책과 참고서 그리고 맨 마지막 칸에는 소설책 여러권이 꽂혀 있었다.

앉은뱅이 책상 (네이버 )

용수는 영흥이의 잘 정리된 책상을 보며 이 정도로 꼼꼼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영흥에게 물었다.    

“ 야~~~ 영흥이 보기보다 꼼꼼한데? 여기 이거 니가 다 정리한 거야??"

용수는 영흥에게 보기 좋다는 말로 물어보았다.

    

“ 그치...깨끗하지!!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책은 안 봐!!!!! 허허허~~~”

영흥의 재치 있는 말에 용수도 같이 웃으며

"그렇지 내가 널 몇 년을 봤는데 흐흐흐...니가 이 책 다 봤으면 벌써 진계리에서 천재 났다고 소문 날 건데 흐흐흐... 역시 영흥인 영흥이여~~"

용수는 웃으며 벽에 기대며 영흥의 방에 누워 버렸다.    


"야 근데 오늘은 뭐 하냐??? 영흥아???"

용수는 심심하다는 듯 영흥에게 물었다.

    

“잠깐 있어봐.... 엇 그제 우리 집에서 고구마 캤거든 밤고구마니까 맛있을 거야...”

영흥은 한지 문틈에 구멍이 나있는 문고리를 열어젖히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    

 

용수가 혼자 있는 영흥의 방은 작은 골방이었지만  창밖 내리는 빗소리가 나름 운치 있게 들리고 깔아 놓은 이불 안에 발을 넣고 있으니 스르르 스르르 잠이 쏟아지는 듯했다.

     

잠시 후 영흥인 밖에서 덜그럭 소리를 내며 고구마 물을 올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좀 있다... 고구마 까먹으면서 오늘 뭘 할지 생각해 보자 용수야!!! “     


그러면서 재밌는 게 있다며 책상 뒤편으로 손을 넣으며 처음 보는 참고서 같이 널찍한 책을 꺼내 들었다....

책 포장지는 수채화 그림이 있는 달력으로 책을 포장해 두어서 이것이 뭐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영흥인 갑자기 눈빛이 느끼하게 바뀌며 조용한 귓속말을 전했다.


"횽(용) 수야!! 이건 아무 데서나 못 구해~~"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용수 인생에서 처음으로 보는 그림이 아니 사진이 용수의 눈앞에 들어왔다.

금발의 외국인이 용수를 어떻게 할것 같은 강렬한 눈빛을 보내며 용수의 얼굴을 응시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을 제 하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긴 금발머리를 입술에 살포시 머금고 몸매를 자랑하는 외인의 강렬한 눈빛은 용수를 금방이라도 삼켜버릴 듯했다. 용수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내 이럴 줄 알았어~~ 너 이거 첨 보는 거지???"

영흥인 웃겨 죽는다며 배꼽을 잡고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용수는 지금까지 뭐 야한 잡지는 몇 번 봤지만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완전한 사진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나름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야야야!!!! 나두 이런 거 몇 번 봤거든?? 전에 봤던 거랑 별 차이 없네~~"

 태연 한 척 영흥이한테 얘기를 했지만 용수의 몸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전달되는 열과 용수 몸 전체에서 달아오르는 열로 얼굴까지 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짓말 하지 마!!!! 니가 어디서 이런 걸 봐!!!"

 영흥은 벌겋게 달아오른 용수 얼굴을 보며 깔깔대며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영흥아! 근데 너 이거 어디서 난 거야??"

 용수는 궁금하다며 말을 건넸다.   

  

"어.. 이거 우리 형이 어디서 구해온 건데 몇 권 중에 하나 슬쩍한 거야... 근데 형은 몰라~~ 그게 다 그런 책이어서 내가 완전 범죄 하려고 달력 찢어서 책 포장지 만들어 놨어 감쪽같지?? "


"수채화 그림으로 포장이 되서.... 누가 이 책이 그런 십구금(十九禁) 책이라 생각하겠어!!! 하하하하하~~"

영흥은 수채화 그림으로 감쪽같이 포장해 놓은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웃고 있었다.     


"역시 대단해 우리 영흥이!!!~~~ 오늘은 빗자루 타구 안 날아가도 되겠는데~~ 벌써 마법을 부려 놨잖어!!!~~~~ "   

영흥의 별명은 마법사였다~~~ 마치 중세시대 마법사와 같이 요술과 같은 깜짝 놀라게 하는 성향이 있어 친구들은 영흥일 마법사라 불렀다.

  

오늘도 마법사 영흥은  용수를 깜짝 놀라게 하며 온몸을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용수의 심장은 수채화 포장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박동수가 정상인 80~90을 초과해 100 이상은 족히 넘을 듯이 뛰고 있었다.

     

"어후!!!!"

 용수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갑자기 이불을 걷어차며 밖으로 나갔다.

    

"허허허 허~~ 좀 바람 좀 쐬고 왔지.... 흐흐흐흐~ 얼굴은 좀 괜찮냐???"

 붉은빛에서 하얗게 얼굴빛이 돌아온 용수는 영흥이 볼에 얼굴을 비비며  "이제 돌아왔지".

   

" 하하하하하~~ 용수야!!! 너 몇 장 넘기지도 않고 그렇게 나가면 어떡해!!!!~~ 이제부터가 진짠데~~~ "

     

"으잉?!!! 뒷장에 더 있다고??? 그럼 책 전부가 다 그 거야??? 진짜야?...."

용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영흥에게 물었다.

  .

"세상에~~ 이럴 수가???"     

" 영흥아!!! 너 이거 끝까지 다 본거야???"  용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영흥에게 물었다 


"그럼!!! 난 다른 책은 안 보는데 꼭 이 책은 복습을 하게 되더라고??? 허허허~~"

  

"진짜???!!! "

용수는 믿을 수 없다며 영흥의 학구열(?)에 경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 야!!! 뭔 탄 내 나는 거 아니야????"

용수는 영흥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참!!!~~ "

영흥인  웃고 즐기는 사이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지 깜빡하고 있었다.


"아이 이거 클났네~~~~ 고구마 다 탓겠네 탓겠어~~ 에이~" 영흥은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영흥인 바닥이 시꺼멓게 눌러 붙은 큰 냄비를 들고 들어오며.


" 에이 다 타버렸네~~"

하며 냄비 뚜껑을 열었다. 탄 냄새가 올라왔지만 바닥만 탄 상태였고 중간 고구마 부터는 상태가 나름 양호했다.

  

“야 그래도~~ 가운데 부터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치??”

용수는  영흥에게 웃으며 이제부터 먹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 한번 먹어 볼까???"

고구마 반을 잘라 반반씩 나눠 첫 고구마를 먹어 보았다....

탄 내가 좀 났지만 밤 고구마라...정말로 맛있었다.....지금 까지 먹어본 고구마 중에 제일 맛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름 탄 것이 숫 향과 같은 풍미를 더해 일반 고구마와는 차원이 달랐다.

    

" 영흥아...야 이거 기가 막힌데???? 고구마가 이렇게 맛있었나????"

 영흥이네 고구마가 기가 막힌다며 연신 뜨거운 고구마를“호호” 불며 입에 넣기 바빴다.

   

" 용수야 맛있는 건 맛있는거고?? 어째 더 볼래???"

 영흥인 화제를 다시 수채화로 포장된 책을 다시 얘기 하기 시작했다.

   

" 야!!!  당연하지!!!!... 남자가 책을 폈으면 끝까지 봐줘야 진정한 남자 아닌가???"

 묘한 웃음을 지며 용수는 영흥과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

물론 일반 책 이었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용수는 본인이 얘기하고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책에는 전세계 인종이 다 있는 세계 박람회장 과도 같았다.

뒷장으로 갈수록 마치 아프리카와 아미존의 원시 밀림에서나 살 법한 건장한  남녀 모델이 용수와 영흥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용수와 영흥은 고구마를 먹어가며 한참을  비슷한 사진을 보며 연신

"와!!!"

감탄사를 부르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어느덧 고구마도 다 먹어 갈때쯤....


" 영흥아 이거 오늘 하루 나 빌려줘???"

 용수는 간절함과 은밀한 눈빛을 동시에 영흥에게 발사 했다.  

  

영흥은.." ok!!! 한 이틀 보구 갔다줘~~~~ ?? 근데 조심해야 되.....너 이거 너네 형이나 누나한테 들키면 절단나....알았지??!!"   

 

"야야야~~....걱정마!!!! 내가 어린 얜 줄 아나 얘가 얘가....걱정 하덜 말어~~~~"

용수는 영흥이 한테 걱정말라 하며.수채화 책포장지 책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용수는 방안에서 영흥이 한테 빌린 책을 보며 밤을 새며 책을 보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책을 봤으면 진계리 천재는 용수가 따놓은 당상이었음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지 싶었다.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 용수는 부담없이 새벽까지 책을 독파 할 수 있었다..

세네번을 독파 하니 몸도 마음도 피곤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축구부에서 몸을 단련한 용수라 하더라도

밤새 눈을 부릅뜨고 잠도 잊은채 책을 보면 피곤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 이상은 피곤해 책을 볼 수가 없어 그대로 잠을 자버렸다.

눈을 떠보니 비는 그치고 해가 서쪽 하늘로 지려고 하고 있었다.

용수는 눈을 뜨자마자 어제 보았던 수채화 책포장지를 찾았다.마침 보던 대로 그대로 있었다.

용수는 식구들이 보지 않았나...어린마음에 좀 무섭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다.

얼른 영흥이 한테 다시 줘야지 마음을 먹고 수채화 포장지 책을 가슴팍에 숨기고 영흥의 집으로 향했다.          

" 영흥아!!!! 있냐????"

 용수는 영흥을 찾기 시작 했다.....     

스르르 문이 열리며 영흥은 " 어~~~ 여기있어!!!" 하며 밖으로 나왔을 때.    

" 야~~ 용수야!!!!! 너!!!!  피!!!!!  코에!!!"

용수는" 어??!!" 하며 코를 슥 딱는데

 붉은 피가 흐르는 것이 었다..... 그것도 쌍코피가~~~~          

영흥은 죽는다며 깔깔 웃으며....." 너 어제 이거 몇 번 봤어?"    


몇 번 안 봤는데...세번 봤나??!! 하하하하~~"  

웃으면서 용수는 양쪽 콧구멍에서 나오는 붉은 피를 딱아내고 있었다.

     

용수와 영흥은 오늘도 깨달았다.

모든지 지나 친 것은 해가 된다는 것을

" 야!! 영흥아...이제 비오는 날엔 수채화 말고....좀 약한 걸로....비오는 날엔 산수화로?! ~~~~"    

오늘도 용수와 영흥은 진계리의 시원한 바람을 마시며 다가올 내일을 기다리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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