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해는 시인인 왜 되고 싶을까?
미성산의 하루
살랑이는 바람에 “쏴” 하는 나뭇잎들의 노랫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이곳은 미성산.
예전부터 미성산은 신비로 가득하여 수없이 많은 전설이 내려오는 곳인지라
마을 사람들 모두는 미성산을 경외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산 정상 의상바위에 새겨진 벽화는 뭇사람들이 수 백 년 아니 천년이상을
신비의 존재로 삼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해는 미성산의 잔잔한 숨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선해야 얼른 밥 먹어!!!... 차 시간 놓쳐... 얼른~~”
선해 어머니의 재촉은 거의 매일 똑같았다
초등(국민) 학교 때만 하더라도 오빠도 있었고 해서 학교 가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지만 선해 오빠가 시내로 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후로는 집에선 선해만 아침 등교 준비를 해야 했다.
간혹 근처의 형호와 같이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주파리까지 혼자 가는 경우가 많았다.
미성산은 주파리에서 20~30분을 더 비포장 임도로 걸어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었다.
거리는 멀고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선해는 나름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싫지 만은 안았다.
그러나 사춘기의 여학생에게는 이런 오지 중의 오지에 왜 터를 잡았는지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더러 있었다. 이런 자연의 영향이었을까 나름 선해의 생각은 일반 다른 친구들과는 좀 다른 면이 있었다.
사물을 보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흡사 시인의 생각과 유사했다.
“와!! 오늘은 진달래가 날 보며 웃네... 어제까지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이더만
오늘은 좀 용기를 내서 웃어 보이네......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너도 이뻐해 줄게!!!!"
하며 혼잣말을 하며 솔바람향 물씬 풍기는 골짜기를 지나 주파리 버스 정류장에 도달했다.
주파리엔 다른 여자 동창들이 여럿 있었다.
선양이, 주영이 , 미애.... 등등 간혹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있었고 초등(국민) 학교 때처럼 걸어서 갈 때도 있었다. 주로 중학교땐 버스를 많이 이용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서 시골 친구들 대부분의 종아리는 일반 시내 친구들 보단 확실히 단단하고 건강했다.
야리야리하고 나무젓가락 같은 시내 친구들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어... 미양아!!! 살아있네!!~~~ 어제 밤샘한다 그랬잖어~~”
“그러게... 한다고는 했지... 근데 책만 펴면 그동안 피곤하지도 않던 게.... 갑자기 피곤해지니.."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
선해는 궁금한 듯 미양이 에게 물어보았다.
"어쩌긴 어째..... 몸이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어쩔 수 없지.... 뭐...
그냥 뭐 대충~~ 시험 보면 되지... 이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 안 그래?? 선해야...."
"그럼 넌 어째했는데???"
미양이는 선해에게 물었다.
"어... 뭐 나두 피곤하구 해서 그냥 잤어~~ 뭐 시험이 별거 있어... 그냥 치는 거지... 뭐 안 그래 미양아?"
"뭐!!! 아이~~~ 재수 없어..... 이 지지배는 맨날 그냥 잤다하구... 그냥 시험 쳤어하는데....
맨날 1등만 하고... 뭐여 그럼 난!!!!"
미양인 진짜로 열받는 것 마냥.... 옆에 있는 주영일 보며 안 그러냐는 둥 쳐다보았다.
주영인 웃으며... “그러게.. 얘는 초등(국민) 학교 때부터 맨날 이러니까... 이젠 아무렇지도 않어...
나나 너나 부모님을 원망해야지 어쩌것어...하하하"
주영이, 미양이, 선해의 학교 가는 길은 즐거움 그 차체였다.
간혹 미양이의 연애사를 들을라 치면 학교에 있는 것보다 더 재밌는 경우가 많았다.
4월의 중간고사는 중학교 들어온 후 처음 보는 시험이라 반 전체 학생들은 긴장 속에
첫 시험을 맞았다. 그러나 선해는 떨리지 않았다.
평소에도 이런 덤덤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친구들은 선해의 의연한 모습에 항상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 된 지 오래되었다. 시험시간이 끝난 후 쉬는 시간 시작은 항상 선해에게 질문이 쏟아지곤 했다.
친구들의 첫 번째 대화의 시작은 웃으며
"어이~~ 재수 없는 선해씨!!!!"로 시작해.
"이거야 진짜??!! 와~~ 내가 3번이라 찍을라 했는데 지우개가 4번이라 해서..... 와 이제 지우개 점도 믿으면 안 되것네"
미양인 선해를 보며 억울하고 아깝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아니... 나는 그렇게 했다는 거지 내가 얘기한 게 답이 아닐 수도 있쟎어”
선해는 미양이의 분통 터지는 듯한 얼굴을 향해.. 이야기를 전했다.
“야!!! 지금까지 니가 얘기한 게 틀린 게 한 번도 없었쟎어~~~... 맞지??!!"
"그건 그런데... 뭐 난 그렇게 했다는 거지.... 정답은 책 찾아보는 게 맞을 것 같어~~"
웃는 얼굴로 선해는 미양을 쳐다보았다.
"어유~~~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내가 그러면 너한테 왜 물어보냐??
정답이 어디 있는지 그걸 못 찾으니까 너한테 물어보는 거지... 어이구 어이구 재수 없는 선해씨!!!"
"그래~~" 선해도 웃으며 다음 시험을 기다렸다.
진달래가 활짤 핀 4월의 한 복판에 느닷없이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강원도의 날씨는 계절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더니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진눈깨비는 어느새 함박눈으로 모습을 바꾸며 미성산을 겨울 한 복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마치 석 달 전의 미성산처럼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던 진달래는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되어 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다.
활짝 핀 연분홍 진달래의 웃음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 미성산을 온통 겨울로 몰고 간 자연의 신비로움에 선해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해는 지금 떠오르는 심경을 글로 옮겨 보았다.
부끄럽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하지만 용기 내어 그대에게 웃음 지었다
그대의 웃는 모습에 얼굴이 더 붉게 타올라
돌아올 그대를 위해 마지막 불꼿을 태우리라
시샘의 눈꽃은 계절을 거스르고
기대에 찬 그대의 눈앞엔 차갑고 믿기 힘든 광경
지우개로 지워버린 현실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비록 삼백육십오일 뒤가 될지라도
선해는 나름 지금의 자연을 보며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 내가 이쪽으로 가야 될까??"
아직 선해는 앞으로 무엇을 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지만 오늘 자연의 위대함을 글로 표현하는 자신의 감정에 앞으로는 이런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선해!!!”
'넌 이쪽으로 방향타를 잡아야 되지 않겠니? 선해야?'
선해는 스스로 에게 물어보며...
"시인 참 좋네 시인~~"
오늘도 미성산의 자연은 선해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고 있었다.
"선해야!!! 넌 할 수 있어.... 그리고 해 낼 거야~~~~~ "
"시인 신 선해~~~"
자기 최면을 건 선해는 먼 훗날 지금의 선해를 생각하며 펜을 잡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