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된 포도와 누군가의 응원
요즘 나는 동료 두 명과 작은 도전을 하고 있다.
이름하여 8시 30분 전 출근하기 챌린지!
별건 없다.
그냥 조금만 더 부지런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성공하면 포도송이에 색칠을 하고, 실패하면 X표시를 한다.
포도송이 종이는 각자 사물함 앞에 붙여놓았고, 출근하자마자 각자 조용히 포도송이를 그려내는 아침들이 나름의 루틴이 되었다.
"1등한 사람은 나머지 둘한테 일 넘기는 걸로 하자!"
모두 웃었다. 진심 반, 장난 반이었다.
포도송이에 색칠 된 포도알이 몇개인지 슬쩍 보게 되는 날도 생겼다.
셋 사이엔 가벼운 경쟁과 농담이 오갔고, 그만큼 조금 더 일찍 나와보려는 마음도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물함 앞에 낯선 쪽지가 붙어 있었다.
"화이팅! - 지켜보는 1인"
누군지 모르겠다.
어느 팀인지, 누가 쓴건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리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칠한 포도송이를 어딘가 누군가는 좋게 바라봐주고 있었다는 것.
그게 참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어른의 삶은 늘 치열하고,
가끔은 반복적이고,
왜 이러고 있는 건지 싶을때도 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이렇게 작고 엉뚱한 챌린지와 익명의 응원 한 줄,
그리고 농담처럼 던진 '일 넘기기 벌칙' 같은 게 어른의 삶을 좀 덜 지루하게 만든다.
우리는 아마 다음 주에도 포도송이를 칠할 거고, 그 쪽지는 그 자리에 계속 붙어 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어른의 삶도 아주 가끔은 제법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