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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두의 임자는 패션을 잘 아는 구두 마니아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몰래카메라? 내 전두엽은 상황을 빨리 분석했다. 사람들이 피한 이유도 그것에 있을지도 몰랐다. 이 비싼 구두를 사람들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려고? 자칫 손을 대었다가는 생방송 유튜브나 전국 방송을 타게 될지도 몰랐기에 재빠른 사람들이 미리 간파하고 피한 것이라고 봐야 하나? 몰래카메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옛날 <양심 냉장고> 방송을 떠올리며 가전제품으로 냉장고 계약을 했었는지 그녀와 나눈 메시지를 빠르게 살펴보았다. 이 구두를 본 사람 중에 이 구두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나 빼고 몇 명쯤이나 될까? 어쩌면, 어설픈 나와는 달리 지금 저 구두의 가치를 나를 포함해 모두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큰일이었다. 한 켤레의 구두를 남기고 누군가 행방불명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샴페인 골드 컬러의 플랫 슈즈로 CL사 제품이었다. 내가 화들짝 그것을 알아본 건 나리가 그것을 몇 번 신어 보고 벗기를 주저할 정도로 갖고 싶어 하는 눈망울을 감지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다른 색상의 플랫 슈즈를 이미 가지고 있었기에 입술을 질끈 깨물며 흰 장갑을 낀 점원에게 돌려주는 것을 봤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행동이 진행되었기에 그녀가 왜 구두를 돌려주었는지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사실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언제 그 부분을 확인했는지 그 물 흐르는 듯한 행동 가운데 어느 지점인지 일시 정지하고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다.
물론 그것보다 그녀의 마음을 홀딱 빼앗은 슈즈가 있었기에 왜? 라는 이유를 한 번 언급한 뒤 -그녀는 다시 이 구두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생일이 다가오면 이 구두를 꼭 선물하리라 마음먹었었다.
얼핏 보면 심플하고 평범한 샴페인 골드 컬러의 플랫 슈즈지만 그 제품의 가격이 그 슈즈의 진가를 빛내 주었다.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돈값 하잖아. 라고 말하던 나리의 음성이 머릿속에 뱅글뱅글 돌았다. 그날 처음으로 샴페인 골드라는 두 가지 명사가 하나로 쓰여 색상을 나타낸다는 것을 또한 알게 되었지만 이 역시 묻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리가 명품에 홀릭 된 여자는 단연코 아니었다. 하나의 제품을 사더라도 아주 세밀하게 가성비를 따져 보고 효용 가치를 매길 줄 아는 센스가 있는 여자였다. 때론 그 꼼꼼함에 이뻐. 잘 어울려. 라는 표현을 150가지로 바꾸어 말하며 피곤해질 때도 있지만, 물건의 선택이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항상 그녀가 나보다 탁월했으니까······. 지난 주말의 광경이 다시 내 뇌리에 생생하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