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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 모델 급구

19세까지 육아 맞는 거지?

by 정말빛

더운 날씨에 세상 모든 것들이 녹아내릴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열이 나는데 아들이 고민거리를 투척했다.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건지, 아니면 당연한 일을 어려워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19세까지 육아에 해당되는 게 맞는 건가?


미용실기에 한 번 떨어진 19세가 다음 시험을 전주로 잡았다. 시험 장소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샴푸 모델이 없다고 구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일요일 그것도 새벽 6시에 출발해야 하는 시험에 동행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 어렵게 후배에게 부탁해, 그날 전주 도서관 투어를 같이 하기로 하고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들 녀석이 갑자기 연락이 왔다. 모델의 머리 길이를 알고 싶다고. 너무 짧단다. 그녀와 꼬맹이 딸은 벌써 전주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나는 중간에서 입장이 곤란해졌다. 아들이 고3이라 주변 친구들에게 부탁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기에 더 답답하다.


예전 어른들 말씀하시기를 자식이 커갈수록 고민의 크기가 커진다고 하셨다. 큰 고민거리까지는 아니지만 나와 둘 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끼인 문제라 참 곤란하다. 미리 머리길이를 상의하지 않은 나의 경솔함으로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 보니 나는 참 간사한 인간이다. 큰아이가 수험생이던 시절 세종에서 분당까지 라이딩을 일주일에 세 번씩 했었다. 그 수고스러움을 당연히 여겼으면서 작은 아이의 부탁에 이런 글을 쓰고 앉았다. 내 마음부터 고쳐먹어야겠다. 좋은 엄마인척 위선을 부린 건 아닌지.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9시간 아르바이트하는 아이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환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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