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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빛 Aug 29. 2024

우리 집 개 백구

안녕달 '메리'

엄마는 시골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세콤이라는 최첨단 시스템이 업마를 보호하고 있지만 엄마는 개 백구에게 더 의지한다.


지겨운 남의 집 살이를 끝내고 처음 마당이 넓은 시골집이 생겼을 때 아버지는 하얀 개 한마리를 데리고 왔다. 당신 말로는 토종 진돗개라고 했지만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 날이후 23년 동안 세 번의 백구가 다녀갔고 이번이 네 번째 백구다. 앞 주인이 갑자기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되어서 우리 집에 입양을 보냈는데 지금도 가끔 들러 안부를 묻는 것을 보면 귀하게 자란 개가 분명하다.

엄마에게 개 이름을 왜 바꾸지 않고 계속 백구라고 부르는지 믈었다.

"흰 개니까 백구지. 뭐 별 뜻 겠나."

이여사의 답은 명쾌했다.

우리 집은 시골, 들 가운데 홀로 불빛을 비추는 집이다. 밤이면 인적이 드물고 들짐승들이 자주 출몰한다.


하루는 백구가 뱀을 물어, 잡아 놓은 것을 보고 엄마가 얼마나 칭찬을 하던지...

백구는 집에 식구가 없어 말 상대 없는 엄마의 말 상대가 되어준다. 아무데나 똥을 싸서 혼나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혼자 떠드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엄마가 개이름을 계속 백구라 부르며 바꾸지 않는 이유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만남보다 이별이 잦은 나이가 되다 보니, 곁에 두고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개이름 백구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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